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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복지국가의 새로운 판, 어떻게 짤 것인가

등록 2022-02-11 04:59수정 2022-02-11 10:48

대격변의 시대, 복지정치 전략
안전한 삶을 위한 대전환의 기획
녹색복지국가로 위기 돌파해야
산업구조·정치질서 변화 필수

성공한 나라 불안한 시민
대전환 시대, 한국 복지국가의 새판 짜기
이태수·이창곤·윤홍식·김진석·남기철·신진욱·반가운 지음 l 헤이북스 l 2만3000원

한국의 성공은 놀랍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산업화와 민주주의를 성공적으로 성취한 나라는 일부 예외를 제외하면 한국이 유일하다. 그런데 왜 한국인들은 불안과 불만, 분노와 우울에 빠져 있을까. 불평등과 격차는 더욱 공고히 구조화하고 세습된다. 심각한 위기 상황임에도, 정치판에는 질문도 토론도 숙의도 없다. 대통령 선거는 공론의 한마당을 이루지 못하고, 의혹과 혐오의 소용돌이만 가득하다.

<성공한 나라 불안한 시민>은 이런 문제의식에 기반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디지털 전환, 생태 위기, 미중 신냉전 등 정치경제적 위기, 인구구조의 변화 등 대격변의 시대에 시민의 안전한 삶을 어떻게 확보해야 할지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댔다. 이태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장, 이창곤 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원장(<한겨레> 선임기자), 윤홍식 인하대 교수, 김진석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장(서울여대 교수), 남기철 동덕여대 교수, 신진욱 중앙대 교수, 반가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 골목에서 폐지를 줍는 노인이 옷에 달린 모자를 내려쓰고 있다. 폭설이 내려 애써 모은 폐지 위로 눈이 쌓인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 골목에서 폐지를 줍는 노인이 옷에 달린 모자를 내려쓰고 있다. 폭설이 내려 애써 모은 폐지 위로 눈이 쌓인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운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연구위원이 2년간 함께 ‘복지국가 새판 짜기’에 힘을 모은 결과물이다.

이 책은 3부로 나뉜다. 불평등과 격차가 구조화되고 세습되는 현상과 원인을 우선 진단하고, 새로운 복지국가 시스템의 관점과 접근을 담고, 구체적인 전략을 제시해 나간다. 현실 진단에서 주목할 개념은 ‘역진적 선별성’이다. 국가의 성공이 시민의 행복으로 이어지지 못한 데에는 “상대적으로 안정적 고용과 소득을 보장받는 사람들이 사회적 위험에 더 잘 대응하는” 복지체제에 문제가 있다. 취약계층은 공적 사회보장제도에서 배제되고, 사적 자산이 사회적 위험에 대응하는 더 중요한 제도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는 산업화와 민주화의 성공의 한계와 모순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복지체제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으며 산업구조와 정치질서의 변화가 필수적이라는 진단으로 이어진다.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복지국가의 대안을 제시하는 2부다. 저자들은 ‘정치, 경제, 복지의 통합적 프레임 관점’을 강조한다. 세부로 들어가면 논쟁적이면서도 흥미로운 시각이 제시된다. 예컨대, 기초생활보장제도나 국민연금제도를 가족 지원에서 개인 지원으로 전환하자는 주장이다. 늘어나는 1인 가구와 청년세대를 떠올려 보면 그 이유는 명확하다. 더 나아가 이렇게 할 때 사회연대의 토대도 더욱 강화될 수 있다고 저자들은 강조한다. 뿐만 아니라 정규직 중심에서 다층적 구조로 다변화하는 노동 패러다임에 맞춰 사회권에 대한 관점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생태 위기에 복지국가 시스템이 대응하는 ‘국가의 녹색(복지)화’, ‘녹색복지국가’의 개념을 제시한다.

더 구체적인 전략을 이 책은 3부에 모아두고 있다. 전 국민 사회보험, 전환기적 기본소득, 보편적 사회서비스, 혁신 역량 강화 등을 제시한다. 고용 기반에서 소득 기반으로 사회보험을 재구조화하고, 전통적 사회보장제도가 훼손되지 않는 범위에서 기본소득의 원리를 제한적으로 제도화하자고 제안한다. 사회서비스 역시 공공에 의해 보편적으로 지원되도록 재편해야 한다. 고숙련 일터로 전환이 시급한 상황이기에, 노동자와 개인이 주도하는 역량 중심의 성인 학습체계를 구축하자고 강조한다. 결국은 ‘정치’다. ‘녹색 복지 정치 전략’이 시급하다. 그러자면 비정규노동, 청년, 페미니즘, 기후행동 등 새로운 사회운동은 물론 계급정치의 가능성을 면밀히 주목해야 한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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