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BOOK]
![](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201/296/imgdb/original/2022/0224/20220224504289.jpg)
고재종 지음 l 문학들 l 2만5000원 현대시와 선문답의 대화. 고재종 시인이 산문집 <시를 읊자 미소 짓다>를 펴냈다. “수백 권 넘는 불교 경전과 선어록을 헤집으면서” 만난 두 세계의 접점이다. 불교가 한국시에 끼친 영향이나 현대시가 띠는 선적 경향에 대한 논의는 이어져 왔다. 하지만 언어를 떠난 경지인 이언절려(離言絶慮)의 선 세계와 언어적 직관 최전선에 있는 시가 얼마나 감미롭게 어우러지는지 음미하는 글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 책엔 그런 글이 52편 실렸다. 선은 언어에 의지하지 않는다는 불립문자와 언어도단이면서, 동시에 언어로 기록되고 주고받는 대화(선문답)이기도 하다. “일상 속 사물과 존재를 치켜들어 직관과 통찰, 동문서답과 전복, 격외와 낯섦, 난센스와 촌철살인 등으로” 본질에 직진하는 선은 시인에게 “종교도 철학도 아니고 하나의 정신문화”로 다가왔다. 각 장이 일관된 형식으로 쓰였다. 선종의 화두를 받아들이기 쉽도록 일상 경험과 단상이 먼저 글을 연다. 그다음, 화두를 자세히 소개하고, 이 화두와 교감이 가능하다고 본 시가 선적 관점에서 해석된다. 지은이가 가장 좋아한다는 화두. “어떤 스님이 대룡 화상에게 질문했다. ‘색신(色身)은 부서지고 파괴되는데, 견고한 법신(法身)은 무엇입니까?’ 대룡 화상이 대답했다. ‘산에 핀 꽃은 비단결 같고, 골짝물은 쪽빛처럼 맑다.’”(<벽암록> 제82칙) 형체가 있는 것은 부서지기 마련인데, 영원히 변하지 않는 진리는 무엇이냐는 질문에 돌아온 대답은 꽃과 물이다. “색신과 법신이라는 차별 경계에서 떨어져 (…) 삼라만상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바로 진리라는 대답.
![고재종 시인. 문학들 제공 고재종 시인. 문학들 제공](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204/306/imgdb/original/2022/0224/20220224504288.jpg)
고재종 시인. 문학들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