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BOOK]
한나 아렌트 지음, 홍원표 옮김 l 한길사 l 4만8000원 <유대인 문제와 정치적 사유>는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1906~1975)가 쓴 글들 가운데 이른바 ‘유대인 문제’와 관련된 글들만 추려 모은 선집이다. 인간다운 삶을 구성하는 요소로서 정치 행위의 중요성을 일관되게 강조한 아렌트에게 ‘정치 없는 민족’으로서 유대인 문제는 그의 정치 사상에서 결정적이고 핵심적인 위상을 차지한다. 독일의 ‘동화’된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나 나치에 의해 추방되고 프랑스를 거쳐 미국으로 건너가는 등 그 스스로가 ‘쫓겨난 자’(‘파리아’)였다. 유대인 문제에 대한 아렌트의 글들은 그의 사후 3년 뒤인 1978년 <파리아로서 유대인>으로 먼저 묶여서 출간됐고, 그 뒤로 그 중요성이 날로 주목받아 2007년에 더 종합적인 성격을 지닌 이 선집이 나왔다. 아렌트는 박사학위 논문을 제출하고 난 뒤 라헬 파른하겐이란 유대인 여성의 전기를 집필하면서 “유대인성이란 ‘주어진 것’이라는 점을 절실하게 깨달”았고, 1930년대 초반 시온주의 운동에 참여하면서 유대인 문제를 정치적인 문제로 인식했다. 서유럽 계몽주의는 나라 없는 민족인 유대인에게도 해방을 약속했지만, 실제로 유대인들은 “해방이 보장한 자유가 얼마나 모호하고 동화가 드러내는 평등의 약속이 얼마나 기만적인가” 경험해야 했다.
1958년에 사진으로 찍힌 한나 아렌트의 모습. 출처 위키미디어 코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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