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BOOK]
민주주의의 “타협할 수 없는 경계”에 대한 물음
선거 패배가 곧 민주주의의 위기인 것은 아냐
소수도 언제든 다수가 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야
민주주의의 “타협할 수 없는 경계”에 대한 물음
선거 패배가 곧 민주주의의 위기인 것은 아냐
소수도 언제든 다수가 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야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정치 체제의 자유롭고 동등한 구성원으로서 동료 시민의 입지를 훼손할 자격은 누구에게도 없으며, 모든 사람은 자기 의견을 가질 수 있지만 누구도 자신만의 팩트를 가져서는 안 된다
개나 소나 자유 평등 공정인 시대의 진짜 판별법
얀-베르너 뮐러 지음, 권채령 옮김 l 윌북 l 1만7800원 전세계적으로 권위주의적인 포퓰리즘 정권들이 늘어나고 있는 현실을 목도하며, 누구나 ‘민주주의의 위기’라는 말을 입에 올린다. 대통령 선거와 같은 거대한 정치 이벤트를 치를 때면 민주주의에 대한 부정적이고 패배적인 인식과 감정이 더욱 극대화된다. 그러나 명백하게 부적격이라 생각되는 후보가 최고위 선출직에 올랐다는 사실 자체가 곧 민주주의의 위기를 의미하는 것일까? 독일 출신 정치학자 얀-베르너 뮐러(52) 미국 프린스턴대학 교수는 <민주주의 공부>(원제 Democracy Rules, 2021)에서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민주주의의 위기를 진단할 수는 없다고 지적한다. 민주주의의 위기를 말하는 사람들 가운데 일부는 어떤 부정적인 결과에 대해 포퓰리스트의 선동에 넘어가버린 우매한 국민들에게, 또 다른 일부는 돈 많고 힘 있는 음험한 권력층에게 모든 문제의 원인을 돌리곤 한다. ‘누군가 민주주의를 끝장내려 한다’는 인식이다. 그러나 상황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지은이는 마키아벨리의 조언대로 “첫 번째 원칙으로 회귀”하여, 민주주의의 핵심 ‘정신’과 그 작동 방식은 어떤 것인지 등을 탐사하는 데에서 민주주의의 위기를 읽기 위한 명료한 분석을 펼친다. 포퓰리즘에 대한 탁월하고 비판적인 고찰(<누가 포퓰리스트인가>)로 잘 알려진 정치학자답게 지은이는 전세계 정치 상황, 특히 여러 포퓰리즘 정권의 사례들을 풍부하게 동원한다. 지은이는 엘리트 비판이나 민족주의 등이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이, 그리고 오직 자신만이 ‘진짜 국민’(또는 ‘침묵하는 다수’)을 대표한다고 주장한다”는 사실이야말로 포퓰리즘의 진정한 핵심이라고 말한다. 이들은 “대표성에 대한 도덕적 독점 선언”을 통해 끊임없이 ‘가짜 국민’을 만들고 이들을 갈라치기하는 방식으로 민주주의를 위협한다. 문제는 양극화와 불평등이 심해진 사회에서 이런 부추김이 효과를 본다는 사실이다. 포퓰리스트가 국민의 정치 참여를 이끌어냈다거나, 포퓰리즘 정권이 낳은 일들은 시민들의 욕망의 결과였다는 식의 해석은 명백히 틀렸다고 지은이는 지적한다. “사람들은 마음 속 깊이 숨겨둔 권위주의에 대한 열망을 표출했다기보다, 민주주의 이론에 따라 양당제에서 한 정당이 신뢰를 잃었을 때 마땅히 해야 할 행동을 했을 뿐이다.”
제20대 대통령선거 이튿날인 지난 10일 서울 송파구 오금역 인근에서 가락본동주민센터 관계자들이 대선 벽보를 철거하고 있다. 연합뉴스
독일 출신 정치학자 얀-베르너 뮐러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위키미디어 코먼스
“우리 후보에 대한 지지보다 상대 후보에 대한 반대”를 중심으로 치러진 제20대 대통령선거는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전세계에 만연한 ‘민주주의의 위기’라는 말에 대해, 독일 출신 정치학자 얀-베르너 뮐러는 “민주주의의 필수 인프라”가 핵심 문제라고 짚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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