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로 보는 동남아시아사강희정·김종호·신윤환·이한우·정정훈·현시내 지음 l 사우 l 1만8500원
타이 배낭여행객들의 성지인 카오산 로드를 지나 건너편으로 걸어나가면 탐마삿 대학을 마주하게 된다. 타이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대학으로 정치학부가 유명한데, ‘학식’(학교 구내식당 음식)이 저렴한데다 외부인도 이용 가능해 여행객들에게 ‘핫플’(핫 플레이스)로 거듭났다. 그런데 한 끼 때우는 장소로서의 탐마삿 대학은 ‘팥소 없는 찐빵’과 같다. 탐마삿 대학은 민주화 운동의 성지다. 1976년 10월6일 군부 독재 타도와 민주화를 외치며 운동장에 모인 대학생들이 군경과 극우파 청년들에 의해 무자비하게 학살당했다. 45년이 지난 지금도 사상자 수가 불분명한데, 광주민주화운동의 아픔을 아는 사람이라면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되는 장소이기도 하다.
아직도 많은 한국인이 동남아시아를 ‘에메랄드빛 바다’나 ‘시끌벅적한 거리’가 있는 여행지로만 인식한다. 하지만 한국으로 들어오는 동남아 출신 이주민은 갈수록 늘고 있고, 반대로 한국 대기업들은 동남아에 진출해 현지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관계는 점점 밀접해지는데 정작 한국 사람은 동남아의 역사·문화·정치·경제를 잘 모른다. 국내 최초로 40년간 동남아 지역을 집중적으로 연구해온 서강대 동아연구소 소속 교수들이 <도시로 보는 동남아시아사>를 집필한 배경이다.
동남아를 전문적으로 연구해온 6명의 저자는 7개 나라에서 고른 13개 도시를 탐방한 뒤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다채롭게 엮어냈다. 하늘길이 열리는 지금, 13개 도시가 품은 명소의 사연과 의미를 알아가며 풍요로운 여행을 즐기길 원한다면 일독을 권한다.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