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쪼그라든 영어 어깨 한껏 펴지는 기분

등록 2022-04-08 05:00수정 2022-04-08 09:41

[한겨레BOOK]

언어가 삶이 될 때
낯선 세계를 용기 있게 여행하는 법
김미소 지음 l 한겨레출판 l 1만5000원

“‘취미가 뭐예요?’를 영어로 하면? ‘왓츠 유어 하비?(What’s your hobby?)’ 땡땡~(손으로 엑스자를 만들어 보이며) 아니죠. ‘왓 두 유 두 포 펀?(What do you do for fun?)’이라고 해야죠.”

영어학습 콘텐츠 광고 영상에서 방송인 타일러 라시가 알려줬던 저 표현을 꾸역꾸역 암기했던 기억? 있다. 모름지기 제대로 영어를 하려면 실제 원어민처럼 해야 한다는 강박, 나만 있는 건 아닐 게다.

저자는 “취미가 뭐예요”란 표현이 한국에서도 면접장에서나 쓰이지 않냐며 ‘완벽한 영어’를 지향하는 영어 학습법에 의문을 제기한다. “뭐 하는 거 좋아하세요”라거나 “퇴근 후엔 뭐 하세요” 등 상황에 따라 같은 말도 달리 표현되지 않냐는 것이다. 여러 언어를 쓰는 친구에게라면 “왓 두 유 두 애프터 퇴근?(What do you do after 퇴근?)”이라고 한들 어떻겠냐며 “원어민처럼 말하는 것보다, 자신에게 주어진 의미 자원을 활용하여 자신만이 가질 수 있는 생각과 관점을 제시하는 게 훨씬 가치 있는 일”이라는 저자의 ‘사이다’ 발언에 쪼그라든 영어 어깨가 한껏 펴지는 기분이다.

‘말하기 실력을 늘리는 데는 왕도가 없다’는 말은 뻔하지만, 아버지의 재혼으로 한국-베트남 다문화가정에서 자라 미국에서 공부하고 일본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독특한 이력의 저자의 얘기는 조금 더 힘이 세다. 길 잃은 언어 학습자로서 따뜻한 조언을 들은 기분. 동시에 언어란 게 대체 우리에게 무엇이며, 언어가 인간의 삶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된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63살 데미 무어의 세월을 질투하다 1.

63살 데미 무어의 세월을 질투하다

천주교·불교 신속한 내란 비판...최대 개신교 조직 한국교총은 ‘침묵’ 2.

천주교·불교 신속한 내란 비판...최대 개신교 조직 한국교총은 ‘침묵’

영화인들 “‘내란 공범’ 유인촌의 영진위 위원 선임 철회하라” 3.

영화인들 “‘내란 공범’ 유인촌의 영진위 위원 선임 철회하라

송중기, 재혼+임신 동시발표…아내는 영국 배우 출신 케이티 4.

송중기, 재혼+임신 동시발표…아내는 영국 배우 출신 케이티

[단독] 배우 이영애, 연극 ‘헤다 가블러’로 32년만에 연극 무대 복귀 5.

[단독] 배우 이영애, 연극 ‘헤다 가블러’로 32년만에 연극 무대 복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