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BOOK]
낯선 세계를 용기 있게 여행하는 법
김미소 지음 l 한겨레출판 l 1만5000원 “‘취미가 뭐예요?’를 영어로 하면? ‘왓츠 유어 하비?(What’s your hobby?)’ 땡땡~(손으로 엑스자를 만들어 보이며) 아니죠. ‘왓 두 유 두 포 펀?(What do you do for fun?)’이라고 해야죠.” 영어학습 콘텐츠 광고 영상에서 방송인 타일러 라시가 알려줬던 저 표현을 꾸역꾸역 암기했던 기억? 있다. 모름지기 제대로 영어를 하려면 실제 원어민처럼 해야 한다는 강박, 나만 있는 건 아닐 게다. 저자는 “취미가 뭐예요”란 표현이 한국에서도 면접장에서나 쓰이지 않냐며 ‘완벽한 영어’를 지향하는 영어 학습법에 의문을 제기한다. “뭐 하는 거 좋아하세요”라거나 “퇴근 후엔 뭐 하세요” 등 상황에 따라 같은 말도 달리 표현되지 않냐는 것이다. 여러 언어를 쓰는 친구에게라면 “왓 두 유 두 애프터 퇴근?(What do you do after 퇴근?)”이라고 한들 어떻겠냐며 “원어민처럼 말하는 것보다, 자신에게 주어진 의미 자원을 활용하여 자신만이 가질 수 있는 생각과 관점을 제시하는 게 훨씬 가치 있는 일”이라는 저자의 ‘사이다’ 발언에 쪼그라든 영어 어깨가 한껏 펴지는 기분이다. ‘말하기 실력을 늘리는 데는 왕도가 없다’는 말은 뻔하지만, 아버지의 재혼으로 한국-베트남 다문화가정에서 자라 미국에서 공부하고 일본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독특한 이력의 저자의 얘기는 조금 더 힘이 세다. 길 잃은 언어 학습자로서 따뜻한 조언을 들은 기분. 동시에 언어란 게 대체 우리에게 무엇이며, 언어가 인간의 삶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된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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