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현실과 더 강하게 공명하는, 30여년 전 고전

등록 2022-04-15 05:00수정 2022-04-15 10:23

인종, 국민, 계급
모호한 정체성들
에티엔 발리바르·이매뉴얼 월러스틴 지음, 김상운 옮김 l 두번째테제 l 2만5000원

마르크스주의를 비판적으로 쇄신하는 데 매달려온 정치철학자 에티엔 발리바르(80)는 ‘세계체제론’을 제시한 사회학자 이매뉴얼 월러스틴(1930~2019)과 함께 1985~1987년 ‘인종’ 등을 테마로 세미나를 몇 차례 열었고, 1988년에는 이를 바탕으로 <인종, 국민, 계급>을 썼다. 이 책은 30여년이 지났음에도 민족, 인종, 국민, 국가 등의 개념들이 더욱 모호하게 착종되고 있는 현실과 강하게 공명한다.

두 학자는 공통적으로 ‘현대 인종주의’에 대한 물음, 곧 보편주의를 앞세우는 자본주의 세계체제에서 왜 인종주의처럼 맥락이 달라 보이는 이데올로기가 존속하고 더욱 심화하느냐는 물음을 핵심으로 삼는다. 두 학자는 “부르주아적 이데올로기의 보편주의가 무엇보다도 인종주의와 성차별주의의 형태를 취하는 위계와 배제의 체계와 양립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며, 근대 자본주의가 어떤 위계와 배제의 체계를 통해 적대와 갈등을 만들어내는지 파고든다.

마르크스주의 이론을 쇄신하고 재구성해온 프랑스 철학자 에티엔 발리바르(80).
마르크스주의 이론을 쇄신하고 재구성해온 프랑스 철학자 에티엔 발리바르(80).

‘세계체제론’으로 유명한 미국 사회학자 이매뉴얼 월러스틴(1930~2019).
‘세계체제론’으로 유명한 미국 사회학자 이매뉴얼 월러스틴(1930~2019).

월러스틴은 민족(people)을 구축하는 세 가지 역사적 양식으로 ‘인종’(유전적으로 연속적인 집단), ‘국민’(역사적 사회 정치적 집단), ‘에스닉 집단’(문화적 집단)을 꼽고, 이들 각각은 자본주의적 세계경제의 구조적 특징들 가운데 하나에 의존한다는 접근법을 편다. ‘인종’은 세계경제에서 중심부와 주변부를 가르는 노동의 수직적 분업과, ‘국민’은 상부구조인 국가 간 체계 및 주권국가와, ‘에스닉 집단’은 광범위한 ‘비임금’ 노동을 가능하게 해주는 가구 구조의 창출과 연관된다는 것이다. 이와 달리 발리바르는 사회구성체 차원에서 ‘사회적-국민적 국가’의 창설, 곧 모든 계급에 속한 개인들의 실존이 국민국가의 시민이라는 특권적 지위에 종속되도록 만든 과정에 집중한다. 사회를 ‘국민화’하려는 근대 국가는 허구적인 에스니시티에 기대게 되는데, 이를 통해 국민, 인종 등은 복잡한 방식으로 ‘접합’된다는 것이다.

개념은 아직도 모호하며 논의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2018년판 서문에서 월러스틴은 ‘인종’, ‘국민’, ‘계급’이 “똑같은 현상을 보기 위해 쓰는 세 쌍의 안경”과 같다고 말한다. “프롤레타리아의 80퍼센트가 사실상 ‘계급’의 관점에서도, ‘인종’이나 ‘국민’의 관점에서도 모두 열등한 집단”이라는 현실을 짚기 위해 세 쌍의 안경을 끊임없이 바꿔 쓸 수도, 아예 새로운 안경을 가져올 수도 있을 거라는 지적이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추위에 쫓겨 닿은 땅…한국인은 기후난민이었다 [책&생각] 1.

추위에 쫓겨 닿은 땅…한국인은 기후난민이었다 [책&생각]

현금다발 든 돼지저금통 놓고 운동회?…‘오징어게임2’ 예고편 2.

현금다발 든 돼지저금통 놓고 운동회?…‘오징어게임2’ 예고편

수양대군 실제 ‘관상’은?…세조 초상화 초본 나왔다 3.

수양대군 실제 ‘관상’은?…세조 초상화 초본 나왔다

흥행 파죽지세 ‘베테랑2’…엇갈리는 평가에 감독이 답했다 4.

흥행 파죽지세 ‘베테랑2’…엇갈리는 평가에 감독이 답했다

[책&생각] 아무것도 아닌 것의 가장자리, 폭발하는 픽션의 힘 5.

[책&생각] 아무것도 아닌 것의 가장자리, 폭발하는 픽션의 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