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감성마을 촌장’ 소설가 이외수 별세

등록 2022-04-25 21:51수정 2022-04-26 02:18

1972년 강원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촌철살인 메시지 ‘트통령’으로 불려
소설가 이외수. 연합뉴스
소설가 이외수. 연합뉴스

소설가 이외수씨가 25일 저녁 7시40분께 한림대 춘천성심병원에서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76.

이외수씨는 1946년 경남 함양에서 태어나 강원도 인제에서 성장했으며 춘천교육대학을 중퇴했다. 1972년 <강원일보> 신춘문예를 거쳐 1975년 중편 ‘훈장’이 잡지 <세대>의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작가로서 그의 이름을 크게 알린 작품은 1978년에 낸 첫 장편 <꿈꾸는 식물>이었다. “염력으로 구름 모으기, 나비 한 마리로 온 천지에 함박눈 쏟아지게 만들기, 다른 차원의 세상으로 이동하기, 타락한 세계를 피해 그림 속에 들어 있는 신선 동네로 찾아가는 방법에 평생 매달리는 사람의 얘기”를 담은 이 작품은 <벽오금학도>(1992) 이후 본격화할 도가적 신비주의의 면모와 함께, 가난 속에서도 순수 정신세계와 예술적 완성을 지향하는 예술지상주의를 구가해 큰 인기를 끌었다. 이어지는 장편 <장수하늘소> <칼> 같은 초기작들이 대체로 같은 경향을 보였다.

베스트셀러 <벽오금학도> 이후 그는 <황금비늘> <괴물> <장외인간> 같은 도가풍 소설들과 <감성사전> <하악하악> <청춘불패> 등의 에세이집으로 인기를 이어갔다. 그는 자유롭고 개성 있는 풍모로 텔레비전에 출연하고 광고 모델로도 활동하면서 젊은 세대와 소통하는 데에도 열심이었다. 특히 트위터에서 촌철살인 격으로 날리는 짧은 글들의 인기가 높아 100만명이 훌쩍 넘는 팔로워를 거느리게 되면서 그는 트위터 대통령을 뜻하는 ‘트통령’으로 일컬어지기도 했다. 이런 인기를 바탕으로 그는 2009년 7월 한국갤럽 조사에서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 1위에 올랐으며, 2010년 인터넷서점 예스24가 실시한 온라인 투표에서도 제7회 한국의 대표 작가 1위에 올랐다.

트위터는 그가 당대와 함께 호흡하고 젊은 세대와 소통하는 창구로서 요긴했다. 2013년 후배 작가 하창수와 나눈 대담집 <마음에서 마음으로>를 내고 마련한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트위터의 효용에 관해 이렇게 설명했다.

“트위터는 세상의 흐름을 읽는 정보의 공간이자 소통 공간이기도 하며 저에게는 습작의 공간이기도 합니다. 얼마 전에 단편소설 하나를 탈고했는데, 전 같으면 두세 달 걸릴 걸 이번에는 불과 열흘 만에 끝냈습니다. 트위터 글쓰기가 빨리 쓰는 연습이 되었던 거죠. 요리로 치면 기름 빼고 뼈 빼고 살코기만 발라 접시에 담아 내놓을 수 있도록 ‘칼질’을 연마하는 공간이 저에게는 트위터입니다.”

고인은 2006년 강원도 화천군이 마련해 준 ‘감성마을’에 입주해 그곳에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독자들을 만났다. 서울에서 2~3시간 자동차를 달려야 이르게 되는 이 외진 곳에 한 달이면 평균 400명 정도의 독자들이 그를 만나고자 찾아오고는 했다. 그는 21세기는 이성이 아닌 감성의 시대가 되어야 한다며 이곳에 감성학교를 세우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2011년 말 감성마을에서 행한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20세기까지의 세계를 이성이 주도했다면, 21세기에 중요한 것은 감성입니다. 인간끼리의 커뮤니케이션은 주로 두뇌를 활용한 이성 중심의 형태가 되겠지만, 우주나 자연과의 교감에는 감성이 필수적이에요. 감성마을에서는 인간만이 아니라 자연 역시 엄연한 주민입니다.”

그러나 그가 현실 정치와 관련해서 적극 발언하고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등을 노골적으로 비판하는 등의 언행을 이어가자 보수 진영 쪽에서는 화천 감성마을에서 그를 퇴거시키자는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그럼에도 고인은 특유의 ‘존버’ 정신으로 꿋꿋하게 맞서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대통령선거에서도 그는 이재명 후보 지지 뜻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2014년 10월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긴 투병에 들어갑니다. 검사 결과 예상보다 심각한 상태로 판명되었습니다”라며 위암 투병 사실을 알린 바 있다. “다시 여러분과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빕니다. 제게 오는 모든 것들을 굳게 사랑하며 살겠습니다”라고 밝힌 그에게 누리꾼들은 “쾌유를 빕니다” “사랑합니다” 같은 댓글을 올려 응원을 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고인의 아들 이한얼씨가 부친의 트위터를 통해 그의 병세와 투병 현황을 알려 왔다.

25일 고인의 별세 소식이 전해진 뒤 생전에 고인과 가까웠던 류근 시인은 “애통하고 비통합니다. 문학으로도 인간으로도 참 많은 것을 주고 가셨습니다”라며 애도의 뜻을 밝혔다. 다른 문인들과 많은 독자들 역시 에스엔에스를 통해 고인의 죽음을 애도했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선후배 정리해고 명단 만드는 인사팀 막내, 그의 눈에 비친 ‘노동’ 1.

선후배 정리해고 명단 만드는 인사팀 막내, 그의 눈에 비친 ‘노동’

경이로운 감정의 소용돌이…2D 애니 ‘룩백’ 흥행몰이 2.

경이로운 감정의 소용돌이…2D 애니 ‘룩백’ 흥행몰이

아이유 넘어선 아이유…콘서트 이틀간 10만명 ‘신기록’ 3.

아이유 넘어선 아이유…콘서트 이틀간 10만명 ‘신기록’

한드에 일본 배우, 일드엔 한국 배우…흐려지는 ‘드라마 국경’ 4.

한드에 일본 배우, 일드엔 한국 배우…흐려지는 ‘드라마 국경’

‘빌리 엘리어트’ 꿈꿨던 전민철, 세계 빅5 발레단 간다 5.

‘빌리 엘리어트’ 꿈꿨던 전민철, 세계 빅5 발레단 간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