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곳 동네책방 책방지기 글에
강맑실 사계절 대표가 그림 그려
운영의 어려움 녹록지 않지만
책 파는 곳 넘어 동네 사랑방 꿈꿔
강맑실 사계절 대표가 그림 그려
운영의 어려움 녹록지 않지만
책 파는 곳 넘어 동네 사랑방 꿈꿔
사계절 제공
이춘수 등 23명 지음, 강맑실 그리고 엮음 l 사계절 l 1만8000원 “걸어서 동네책방에 간다는 것은 책이 삶의 일부가 된다는 것이다.”(김훈 작가) 중년 이상이라면 어릴 적 동네에서 단골로 드나들던 서점에 대한 추억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동네 서점들은 온라인 서점의 등장, 독서 인구 감소 등의 물결에 휩쓸려 하나둘 사라져 갔다. 이들의 빈자리에 10여년 전부터 새로운 형태의 ‘동네책방’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자신만의 특색을 가지고, 지역에 기반하고 있는, 작은 규모의 책방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동네책방>은 이 동네책방들 이야기다. 사계절출판사의 강맑실 대표가 출판사 창립 40주년을 맞아 전국 스물세 곳의 동네책방을 방문한 경험을 토대로 기획했다. 각 책방 운영자(책방지기)들이 글을 썼고 강 대표가 책방들의 모습을 직접 그린 그림을 곁들였다. 책방지기들은 자신들이 왜 책방을 차리게 됐는지, 책은 무슨 기준으로 고르는지, 손님과 소통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운영상의 어려움은 어떻게 극복하는지 등을 조곤조곤 말해준다. 동네책방들의 미덕은 무엇보다 그 다양성과 개성에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서점은 전 독자층을 상대로 모든 분야 책을 구비하고 있는 대형 서점이나 주로 참고서와 잡지, 베스트셀러 등을 파는 소규모 서점이다. 동네책방은 운영자의 가치관과 취향에 따라 책을 큐레이션한다. 그림책 전문 서점, 생태인문 전문 서점, 인문사회과학 전문 서점 등이 나올 수 있는 이유다. 동네책방들은 단지 책을 파는 곳이 아니다. 동네책방의 주인공은 책뿐 아니라 사람과 마을이기도 하다. 동네책방들은 끊임없이 손님과 이웃에 말을 건네며 공동체와 연대를 꿈꾼다. 이를 위해 책읽기 모임, 글쓰기 모임 등 각종 모임을 만들고 작가와의 만남, 영화 보기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기획한다. 책방지기들의 말은 이런 바람을 잘 드러낸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 서점은 책만이 아니라 사람도 북적여야 한다는 것. 도서관처럼 적막한 곳이 아니라 동네 사랑방처럼 시끌벅적해야 한다는 것. (…) 나는 우리 서점을 꼭 그렇게 만들고 싶었다.”(한양문고 주엽점 남윤숙) “책방 하는 즐거움은 사실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는 사람을 만나는 일이다. 그것도 책을 매개로 사람을 만난다.”(생각을담는집 임후남) “저희는 책방이 중심인 마을을 꿈꿉니다. 마을까지 아니더라도 느슨한 공동체를 꿈꿉니다. 지치고 아픈 사람들이 와서 쉬고 치유받고 힐링할 수 있는 곳을 만들고 싶습니다.”(그림책방카페 노란우산 이진) 하지만 디지털 시대, 책방을 운영하는 것은 녹록지 않은 일이다. “기대했던 것보다 책을 읽는 사람이 훨씬 적었습니다. 동네책방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돈이 안 되는 장사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춘수 오롯이서재 운영자의 말이다. 유민정 반달서림 운영자는 “솔직히 말하면, 1년 반 넘게 반달서림을 운영하면서 수익이 하나도 없다”고 털어놓는다. 고단한 현실에도 그들이 책방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돈 없이는 살 수 없지만 돈으로는 살 수 없는 그 무엇을 오롯이서재에서 누리고 나누는 삶을 살 수 있기 때문”(이춘수)이고 “책과, 책을 통해 만난 사람들에게서 여전히 많은 것을 배우고 있”(초콜릿책방 이선경)기 때문일 것이다. 진솔하고 아름다운 글, 소박하고 따뜻한 그림과 사진이 어우러져 독자들을 동네책방의 세계로 이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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