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20일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열린 ‘2022 보고타국제도서전’에서 보고타 시민들이 스페인어로 번역된 한국 책들을 둘러보고 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대한민국이 주빈국으로 초청받은 ‘2022 보고타국제도서전’ 취재를 위해 일주일 동안 콜롬비아를 다녀왔습니다. 부끄럽게도 콜롬비아에 대해 아는 바가 별로 없는지라, 출장을 앞두고 콜롬비아 출신 작가 후안 가브리엘 바스케스(49)의 소설 <추락하는 모든 것들의 소음>(문학동네)을 골라잡고 읽었습니다. 196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후반까지의 콜롬비아 현대사를 관통하는 이 소설에는 도무지 어쩔 수 없는 폭력의 시대에서 소중한 것들을 잃어버리고 만 등장인물들이 나옵니다. 미국 앞마당에 위치한 저개발 국가에서 마리화나·코카인 재배와 밀수는 큰돈을 만질 기회였고, 파블로 에스코바르 같은 이들이 지휘하는 마약 카르텔은 자기들끼리 전쟁을 벌이고 대통령 후보를 암살하는 등 무소불위의 폭력을 휘둘렀습니다. 작가는 이렇게 한 시대를 지배한 폭력의 풍경 속에 살았던 평범한 사람들의 안타까운 추락을, 연민의 눈으로 그려냅니다.
책을 덮고 나니, 지구 반대편에 있는 콜롬비아란 나라는 어느새 제게 부쩍 가까운 존재가 되어 있었습니다. 더 많은 것이 궁금해졌고, 더 많은 것과 친해지고 싶었습니다. 이번 국제도서전도 그랬지만, 언제부턴가 ‘케이’(K)라는 이름을 달고 이른바 ‘우리의 것’이 국외에 알려지는 기회가 부쩍 많아졌습니다. 그런 기회가 단지 우리 것을 알리는 데 그치는 ‘수출’이 아니라, 우리가 몰랐던 더 많은 것들을 알게 되는 ‘소통’의 기회로 폭넓게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오는 6월 콜롬비아가 주빈국으로 참여해 열릴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얼마나 더 많은 콜롬비아를 만날 수 있을지, 저는 벌써부터 기대감에 부푸는 중입니다.
최원형 책지성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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