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BOOK] 이권우의 인문산책
김종철 지음 l 녹색평론사(2022) 김종철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발표한 칼럼의 모음을 보면서 문득 논어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증자가 문병하러 온 맹경자에게 “새가 장차 죽으려 하매 그 울음이 슬프고, 사람이 곧 죽으려 하매 그 말이 선하다고 합디다”라면서 “군자가 정치의 길에서 귀히 여겨야 할 세 가지”를 말해준다. 물론 김종철의 죽음은 그 자신도 예상하지 못한 갑작스러운 일이었으나, 임박한 파국을 모르쇠로 일관하는 대중에게 늘 예언자적 사명을 소홀히 하지 않은지라, 이 책에 혹시 귀하게 여겨야 할 대안이 제시되어 있지 않을까 싶었다. 대안이 있었다. 먼저 농사 문제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기본적으로 식량 안보 차원에서 이 문제를 깊이 고민했다. 우리의 식량 자급 수준은 현격히 떨어진다. 더욱이 기후위기 시대에 들어 식량 위기 상황이 자주 벌어진다. 토양 보존 문제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화학물질과 기계를 남용하는 농사의 상업화는 토양층 소실을 몰고 와 사막화 문제를 일으킨다. 토양층은 “오직 정성스럽게, 과욕을 부리지 않고 땅을 돌보는” 토착 농민만이 보존할 수 있다며 소농의 가치를 강조했다. 전세계가 심각한 경제적 불평등 문제, 갈수록 줄어드는 일자리, 경제 성장의 종언을 알리는 징후로 골머리를 앓는다. 이 문제의 해법으로 기본소득을 내세웠다. 만성적인 구매력 부족 사태를 해소하지 않고서는 자본주의는 자멸하고 말 터다. 그동안 기본소득과는 무관한 학자이자 정치가였던 로버트 라이시나 야니스 바루파키스 등도 자본주의의 안정과 인간화를 위해서라도 기본소득의 신속한 도입을 역설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종철은 촛불혁명의 의미와 가치를 높이 평가하면서도 그 한계를 일찌감치 예측했다. 시위나 봉기는 일시적일 뿐, 새로운 제도나 법을 세워 민중의 민주적 열망이 지속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숙의 민주주의의 한 형태인 시민의회의 구성을 제안했다. 어떤 이익집단에서도 자유로운 시민 가운데 추첨으로 시민의회를 구성하고, 전문가와 학자의 도움을 받아 새로운 헌법안과 선거법을 비롯한 현안에 대한 대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안하자는 것이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녹색 총동원 체제를 마련하자고도 했다. 지구 평균 기온의 상승 문제뿐만 아니라 이미 자연자원의 고갈과 쇠퇴, 토지의 사막화, 대기와 물의 오염, 숲과 해양생태계의 파괴, 생물종의 급속한 사멸 등 위기 상황은 고조되었다. 그럼에도 현실론자는 더 많은 자원과 에너지, 그리고 혁신적인 기술을 투입해서 이 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김종철은 이에 결연히 맞서 생태문명으로 전환해야만 한다고 명토 박았다. 생태문명을 뒷받침하는 경제체제는 ‘도덕적 경제’라고 이름 붙였다. 이윤추구의 경쟁 논리에서 벗어나 돈독한 인간관계와 공동체를 유지하는 일이 경제의 궁극적 목적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김종철은 인류가 맞닥뜨린 총체적 난국을 돌파하려면 도망가지 말고 싸우라고 힘주어 말했다. 어쩌면 그가 우리 사회에 간절하게 말하고 싶었던 마지막 말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저 부끄러울 따름이다. 이권우 도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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