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과 데이브
서수진 지음 l 현대문학 l 1만3000원
2020년 장편 <코리안 티처>로 제25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서수진(
사진)이 다음 작품으로 중편 단행본 <유진과 데이브>를 내놓았다. 한국 여성 유진과 오스트레일리아 남자 데이브의 사랑과 갈등을 그린 소설이다.
여행이나 유학, 사업 등의 이유로 외국을 경험할 기회가 많아진 이즈음이지만, 국적과 인종이 다른 두 사람이 만나서 사랑하고 함께 사는 일은 여전히 드문 사례에 속한다. 그 자신 오스트레일리아 남자와 결혼한 작가가 직간접 경험을 바탕 삼아 쓴 이 소설은 그런 점에서 희소성을 지닌다. 그렇다고 해서 이 작품을 자전 소설로 읽어서는 곤란하다. 소설은 어디까지나 소설이니까.
소설에서 가장 두드러진 것은 유진과 데이브가 거느린 문화적 배경 사이의 크고 작은 충돌이다. 서로를 지극히 사랑하는 두 사람은 그럼에도 자주 언쟁을 벌이는데, 그 다툼은 대부분 문화적 차이에서 비롯된다. 비빔밥을 말 그대로 비벼서 먹는 유진과 재료 본연의 맛을 느끼고자 하나씩 따로 먹는 데이브, 식기에 세제 거품이 묻은 채로 건조대에 넣는 데이브와 그에 질색하는 유진, 친구들과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는 데리러 와 달라는 유진의 청을 거부하는 데이브, 유진 엄마가 권하는 양념게장을 끝내 거부하는 데이브와 그런 데이브가 얄미운 유진…. 집세를 나눠 내느라 유진이 술집 화장실 청소 일을 하는데도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데이브는 그런 유진을 말리지 않으며, 결혼 제도를 싫어한다면서 동성애자인 여동생 커플에게 자신의 정자를 제공하기로 한다.
데이브의 가족들은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에 대한 백인들의 학살 역사를 잊지 않으려 하고, 유진을 향해서도 아무런 차별과 배타적 언사를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유진은 선의와 양식을 지닌 이 백인들과 자신 사이에 “아주 진하고 명료한 선이 그어져 있”다고 느낀다. 유진은 데이브와 갈등이 커지면 무기처럼 “헤어지자”는 말을 꺼내고, 데이브는 눈물을 흘리면서도 ‘나는 헤어지기 싫지만 헤어지겠다는 네 결정을 존중한다’며 그에 수긍함으로써 유진의 화를 더 돋운다. 소설 말미에서 유진은 데이브에게 다시 이별을 통보하고 “이번에는 진짜야”라며 엄포를 놓지만, 결말은 어디까지나 열려 있다. 유진과 데이브의 관계는 단지 문화적 차이로만 설명될 것이 아니라, 연애와 결혼 과정에서 차이를 극복하고 서로를 이해해 가는 두 인격체의 이야기로서 보편성을 지닌다고 해야 하겠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사진 현대문학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