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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책&생각] 정부는 어디까지 시장에 개입해야 할까

등록 2022-06-10 05:00수정 2022-06-10 10:15

새뮤얼슨 vs 프리드먼
시장의 자유를 둘러싼 18년의 대격돌
니컬러스 윕숏 지음, 이가영 옮김 l 부키 l 3만원

20세기 경제학의 대가 폴 새뮤얼슨과 밀턴 프리드먼은 1966년부터 18년 동안 미국 주간지 <뉴스위크>에서 경제 현상과 정책 대응에 관한 지상 논쟁을 펼쳤다. 주기적 불황 등 시장 실패에 맞서 정부 개입을 옹호해온 케인스 경제학이 주류이던 시절, 케인스의 계승자 새뮤얼슨에게 시장의 자율성을 강조하며 정부 개입은 외려 시장 왜곡을 부를 수 있다고 본 프리드먼이 도전하는 구도로 전개됐다. 새뮤얼슨이 베스트셀러 ‘교과서’를 내놓는 등 입지를 탄탄히 다진 학계 기린아였다면, 프리드먼은 케인스에 패배한 하이에크의 뒤를 잇는 한물간 자유주의 경제학에 매달린 소수파 그룹의 총아였다.

금세 끝날 것 같던 논쟁이 20년 가까이 이어진 배경엔 이들이 분석 대상으로 삼았던 경제 환경 변화와 그에 비롯된 정치 환경의 변화가 있었다. 케인스 처방에 힘입어 ‘완전고용-낮은 물가’를 향해 가던 전후 30년간 번영의 시기가 저물고 높은 물가를 동반하는 불황이 특징인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났다. 프리드먼에 유리한 쪽으로 사태가 흘러가며 논쟁의 공수도 뒤바뀌었다는 얘기다.

영국 언론인 니컬러스 윕숏의 <새뮤얼슨 vs 프리드먼>은 이런 흐름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낸다. 두 거두의 시각 차이를 쉽지만 명료하게 소개할 뿐 아니라 생애와 학맥, 성격과 관련한 소소한 에피소드도 풍성하게 차려놓았다. 때로는 이론서로, 때로는 인물 전기로, 또 때로는 역사책으로 다가온다. 두 대가 모두 자기 생각에만 갇힌 고집쟁이가 아니라 새로운 정보를 접하면 주장도 꾸준히 ‘업데이트’하는 열린 학자라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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