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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책&생각] 신경세포의 네트워크가 두뇌-마음의 출발점

등록 2022-06-24 05:00수정 2022-06-24 10:54

오래된 기억들의 방
우리 내면을 완성하는 기억과 뇌과학의 세계
베로니카 오킨 지음, 김병화 옮김 l 알에이치코리아 l 1만9000원

신체와 영혼, 신체와 두뇌, 두뇌와 마음, 이성과 감정 등을 구분하는 것은 오래된 습관이다. 그러나 뇌과학, 신경과학 등에서는 이런 습관이 무용지물과 다름없다는 것이 끊임없이 밝혀져 왔다. “세계가 오로지 당신의 감각을 통해서만 당신에게 전달되며, 당신은 그 모든 것을 두뇌 회로 전체에 구석구석 퍼져 있는 연결을 통해서만 이해한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이런 허구적인 영역들 사이의 구분은 와해된다.”

아일랜드 출신 정신과 의사·신경학자인 베로니카 오킨은 자신의 첫 대중서 <오래된 기억들의 방>에서 인간이 어떤 신경과학적 메커니즘에 따라 기억을 만들고 이로부터 감정과 느낌, 더 나아가 자기의식을 역동적으로 형성하는지 설명한다. 여태껏 축적된 과학적 발견들과 함께 자신의 연구와 만났던 환자들의 사례, 여기에 프루스트, 베케트, 예이츠 등 문학적인 재료들까지 풍부하게 동원한다.

인간 두뇌 신경세포 네트워크의 상상도. 게티이미지뱅크.
인간 두뇌 신경세포 네트워크의 상상도. 게티이미지뱅크.

지은이는 무엇보다 우리가 세계를 경험하는 메커니즘은 어느 한 요소만의 작용으로 분리해 다룰 수 없다고 강조한다. 한때 “정신의학이라는 과목이 무형적인 마음의 영역에 속하는 반면, 신경학은 ‘유기체적인’ 두뇌의 영역에 속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지만, 신경학의 발달은 두뇌와 마음은 서로 다른 영역이 아니며 신경계의 포괄적인 네트워크가 감각 정보를 가공하여 기억을 형성하는 과정이 핵심이란 사실을 밝혀냈다. 감각 경험이 신체에서 두뇌로 전달·해석되고, 이 과정에서 함께 연결되고 발화하는 세포들이 하나의 단위로 조립되면서 기억을 형성한다. 기억을 관장하는 해마와 전두엽 회로는 “신경세포의 중심 고속도로”로 기능한다.

감각 경험은 어떤 느낌 또는 감정과 엮이기 때문에 기억이 되며, 이 때문에 신경세포의 네트워크는 다층적이고 복잡하다. 감정 반응과 느낌을 촉발하는 편도체는 해마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해마 속에 감정적 시냅스를 엮어 넣는다. 느낌의 발생지는 신체 전체에 퍼져 있는 자율신경계인데, 뇌섬엽은 자율신경계에서 온 ‘내수용적 감각’을 해석하는 구실을 한다. 이처럼 “신경세포는 느낌을 기억과 엮어 그물처럼 짜는” 일을 하며, 우리는 시간과 공간을 차곡차곡 쌓인 연속된 경험으로 만들어주는 이 “기억의 세포적·네트워크적 조직”을 통해서만 자신과 타인들, 더 나아가 세계와 우주를 이해할 수 있다. 만약 이렇게 복잡한 신경 네트워크 어딘가에 고장이 나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조현병, 우울증, 양극성 장애 등 다양한 증상의 정신과적 질병이 나타날 것이다. 해마에 문제가 생겨 자신의 기억을 체계화할 수 없던 환자 등 지은이는 어떤 기능에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떤 결과가 나타날 수 있는지 풍부한 사례로 제시한다. 한때 정신의학계에 지배적 영향을 끼친 프로이트 이론의 폐해도 신랄하게 비판한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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