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진 시대 현학 대가 장담 ‘열자주’
도가 사상 3대서 하나 ‘열자’ 해석
중국철학 전문가 임채우 교수 번역
기우·지음·조삼모사·우공이산 출처
도가 사상 3대서 하나 ‘열자’ 해석
중국철학 전문가 임채우 교수 번역
기우·지음·조삼모사·우공이산 출처
장담 지음, 임채우 편역| 한길사 | 4만8000원 <열자>는 <노자> <장자>와 함께 도가의 3대 사상서로 꼽히는 고전이다. ‘기우’ ‘지음’ ‘조삼모사’ ‘우공이산’ 같은 유명한 고사성어의 출처가 되는 책이기도 하다. 그 <열자>의 본문 8편을 오늘날의 모습으로 확정하고 처음으로 주석을 붙인 사람이 동진 시대의 학자 장담(330~400)이다. 중국철학 연구자 임채우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 교수가 번역한 <장담의 열자주>는 <열자>의 본문과 이 본문에 대한 장담의 주석을 우리말로 옮기고 상세한 해설을 단 책이다. <열자> 본문을 번역한 책은 그동안 여러 종 나왔지만 장담의 주석까지 번역한 것은 이 책이 처음이다. 장담은 위진 시대 현학(노자와 장자의 학설)의 최후를 장식한 학자다. 장담의 학문 이력은 왕필(226~249)과 긴밀한 관련이 있다. 왕필은 역사상 최고의 <노자> 해석자로 꼽히는 사람인데, 그 왕필이 장담의 외가 쪽 증조할아버지다. 왕필의 학문이 워낙 깊어 집안의 외가 후손에게까지 영향을 주었던 셈이다. 애초 <열자>는 기원전 1세기 유향이라는 학자가 여러 자료를 정리해 8편으로 편집해 완성했다고 하는데, 장담은 <열자주> 서문에 자신이 <열자> 텍스트를 구하게 된 경위를 상세히 밝히고 있다. 장담의 할아버지(장의)가 <열자> 본문 8편 전체를 소장하고 있었는데 ‘영가의 난’(311)으로 피란 가던 중에 잃어버리고 두 편만 지켜냈다가, 외가 쪽 다른 소장자들에게서 나머지 편들을 얻어 전체를 다시 짜 맞추게 됐다는 것이다. 그렇게 짜 맞춘 텍스트에 주석을 붙인 것이 바로 <장담의 열자주>다. 그러나 그 텍스트가 애초 유향이 편집한 <열자>와 동일한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열자라는 인물도 안개에 싸여 있다. 열자는 기원전 400년 전후의 전국시대에 정나라에서 생존한 도가 사상가로 추정된다. 하지만 사마천의 <사기>에 열자 전기가 없어 존재 자체를 의심하는 학자도 있다. 분명한 것은 전국시대에 편찬된 <장자>에 열자라는 이름이 등장한다는 사실이다. <장자> ‘소요유’ 편에 “열자는 바람을 타고 다녔으니, 한번 떠나면 보름이 지난 뒤에야 돌아왔다”고 쓰여 있다. <장자>의 신화적 서술과 달리 <열자> 본문에 등장하는 열자는 좀 더 현실적인 인물이다. 제1편 ‘천서’의 제1장은 열자를 이렇게 묘사한다. “자열자(열자의 극존칭)가 정나라 전원에서 산 지 40년이 되었으나 열자를 알아보는 이가 없었다. 나라의 왕이나 공경대부들도 열자를 평범한 사람으로 보았다.” 또 <열자> 제2편 ‘황제’는 열자가 스스로 배움이 부족함을 깨닫고 3년을 문밖에 나가지 않았으며 아내를 위해 밥을 짓고 돼지치기를 공양했다고 서술한다. 성실히 도를 닦는 검소하고 겸손한 사람이 <열자> 속의 주인공이다.
도가의 3대 사상서 <열자>의 주인공 열자. 열자는 ‘바람을 타고 날아다닌다’는 <장자>의 구절을 따라 그림마다 옷깃이 바람에 나부끼는 모습으로 묘사됐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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