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희원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교수 첫 책
커뮤니케이션 이론 동원해 공정 담론 분석
연대·상호부조로 나아가는 새로운 정의론
커뮤니케이션 이론 동원해 공정 담론 분석
연대·상호부조로 나아가는 새로운 정의론
2020년 7월9일 서울 서대문구 소셜팩토리에서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 논란에 대한 청년 긴급토론회 ‘공정같은 소리하네!’가 열렸다. 토론회를 생중계하는 주최자의 노트북 오른쪽 화면에 청년들의 실시간 댓글이 올라오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김정희원 지음 l 창비 l 1만7000원 ‘공정’은 아직도 이 시대의 화두일까? 최근 한국 사회에서 최우선 가치처럼 여겨지고 있는 공정은 경쟁, 능력주의 등과 하나의 꾸러미를 이루고 있는데, 이 꾸러미는 우리를 도저히 빠져나갈 수 없는 어떤 미로로 데려간다. 한 젊은 정치인은 “완벽하게 공정한 경쟁”을 설파하며 공정성에 민감하다는 청년 세대의 지지를 받는 등 재미를 봤지만, 1등부터 100등까지 모두를 동일한 잣대로 한 줄로 세울 수 있는 평탄한 세계가 현실 속에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은 그 누구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경쟁이란 게임 속에 있는 한 모든 이들은 저마다의 불리함을 지닌다. 공정에 대한 요구란 어쩌면 이 게임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이들이 호소하는 고통의 아우성 같은 것일지 모른다.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김정희원(41)은 자신의 첫 단독 저작인 <공정 이후의 세계>를 “공정에 관한 이야기를 그만하고 싶어서” 썼다고 말한다. 공정 담론과 능력주의는 점점 더 많은 사람에게 피로를 불러일으키며 그 한계를 드러내고 있으며, 그 폐해에 대해 이미 날카로운 비판이 여럿 제기된 바 있다. 제목에 새겨진 대로 지은이는 이제 ‘공정 이후의 세계’에 대해 말해보자고 제안한다.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이뤄졌는데, 커뮤니케이션 이론을 바탕으로 삼아 나름의 관점으로 공정 담론을 해부하는 것이 1부, ‘돌봄’에 기초한 새로운 정의론을 제시하는 것이 2부다. 책의 알짬은 “담론적 폐쇄”라는 개념을 동원해 현재 한국 사회 공정 담론을 분석하는 대목이다. 커뮤니케이션 학자 스탠리 디츠가 제기한 이 개념은 “특정 집단에 의해 의미의 체계적 왜곡이 일어나는 현상”을 가리킨다. 간단히 말해, 기득권을 선점하고 있는 집단이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어떤 의미를 왜곡해버려 쳇바퀴 돌듯 같은 논의만 반복하도록 만드는 현상이다. “담론적 폐쇄 개념은 한국의 공정성 담론이 왜 계속 제자리걸음인지, 왜 몇 년이 지나도록 생산적인 논의로 이어지지 못하고 반복적으로 실패하는지를 설명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인국공 사태’(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등에서 보듯, 우리 사회에서 제기된 공정 담론은 대체로 자신이 느끼는 부당함, 억울함, 박탈감 등을 ‘공정하지 않다’는 외침으로 표출하는 데 열중할 뿐 고용 형태나 노동 조건 등 정확한 사실과 의미를 따져보는 데에는 관심이 없었다. “왜곡된 의미와 기존의 권력관계를 자기복제하고, 이해관계와 갈등을 은폐하고, 매 사안마다 같은 방식으로 논의를 종결시키려” 하는 폐쇄 담론이었던 셈이다.
지난 2020년 6월 인천국제공항공사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이 서울 청와대 인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비정규직 보안검색 요원들의 정규직 전환 관련 입장을 발표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김정희원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창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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