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거리
이번 주 출간된 <케이팝은 흑인음악이다>와 <문화 상징으로서의 인용음악> 두 책은 모두 프랑스 기호학자 줄리아 크리스테바가 본격적으로 제시한 개념인 ‘상호텍스트성’(intertextuality)을 핵심적인 열쇠말로 삼았습니다. 크리스테바는 “모든 텍스트는 마치 모자이크와 같아서 여러 인용문들로 구성되어 있다. 모든 텍스트는 어디까지나 다른 텍스트들을 흡수하고 그것들을 변형시킨 것에 지나지 않는다”며 ‘한 텍스트가 다른 텍스트와 맺고 있는 상호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합니다. “모든 텍스트는 저자가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간에 무수한 텍스트들의 재구성이며 재조합”(이상 <문화 상징으로서의 인용음악>에서 재인용)일 수밖에 없다는 거죠.
자칫 상호텍스트성이란 개념이 ‘표절’을 너그럽게 받아들이게 만드는 것 아니냐 오해할 수도 있습니다. 하늘 아래 오롯이 독자적인 텍스트가 존재할 수 없다면, 모든 텍스트들은 다른 텍스트들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이야기니까요. 그러나 상호텍스트성은 무엇보다 텍스트와 텍스트 ‘사이’를 주목하는 개념입니다. 인용과 모방은 텍스트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변화’를 전제로 하거니와, 그 변화는 작가의 것일 뿐 아니라 독자의 것이기도 합니다. 한 연구자는 “모든 인용 행위는 둘 간에 뚜렷한 다름과 차이를 새기는 일”이라며, 이를 “같음과 다름의 놀이”(<케이팝은 흑인음악이다>에서 재인용)라고도 불렀습니다. 이런 상호텍스트성을 염두에 두고 여러 표절 시비와 논란들을 헤아려 가보면 어떨까요? 물론 애당초 텍스트라는 지위조차 부여하기 어려운 어떤 것들은 제쳐두고요.
최원형 책지성팀장 circle@hani.co.kr
‘상호텍스트성’ 개념을 제기한 프랑스 기호학자 줄리아 크리스테바. 위키미디어 코먼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