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하고픈 아들과 말리는 농부 엄마
조금숙·선무영 지음 l 한겨레출판 l 1만5800원 “내가 알아서 할게.” 얼마 전, 책상 좀 치우라는 아빠 말에 초등학교 2학년 딸이 한 대답이다. 부모-자식 관계는 어쩌면 평생 ‘치워라’와 ‘알아서 할게’ 사이 어디쯤 있는 게 아닐까 싶을 때가 있다. 세월이 많이 흐른다고 다를까. 변호사 시험에 두번 떨어진 선무영은 10년 전의 엄마처럼 귀농을 결정했다. 로스쿨을 거치며 ‘넘어지는 법’을 배웠고, 이제 그만 “누구보다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하려” 한다는 것이다. 10년 차 농부인 엄마 조금숙은 한숨이 터졌다. “허리가 끊어져라 일을 했지만 수중에 남는 게” 별로 없는 일이고, “누군가 꼭 지어야 하는 농사라도” 이다지 힘든 것이라면 아들딸에게만큼은 권하고 싶지 않은 게 부모 마음인 법이다. 귀농하고픈 아들과 말리는 농부 엄마는 엇갈리는 마음을 편지로 주고받는다. 봄, 여름, 가을을 지나며 오간 편지가 마흔 통에 이를 즈음 겨울이 왔다. 엄마는 이런 편지를 띄운다. “스스로 의도한 바가 아닌데도 도시에서 부대끼며 살고 있다면, 경로를 바꿀 선택의 시간이 주어졌을 때 용기를 내야 해.” 아들도 이제 제법 농부답다. “겨울입니다. 내년에 어떤 씨앗을 어디에 심을지 고민해봅니다. 가슴 벅찬 고민입니다.” 아들이 ‘마중하는 말’로 책을 열고, 엄마가 ‘배웅하는 말’로 책을 닫는 구성에서 따뜻함을 느낀다. 엄마의 마지막 글귀가 마음을 움직인다. “아들은 또 다른 나이기도 하죠. 선택의 연속인 인생에 정답은 없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아들의 귀농을 응원합니다. 새로 올 봄이 기다려집니다.” <한겨레>에 연재됐던 ‘엄마아들 귀농서신’을 책으로 엮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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