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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게 해드립니다
김중혁 지음 l 자이언트북스 l 1만5900원 김중혁의 장편 <딜리터>는 초능력의 세계를 다룬 판타지 소설이다. 주인공 강치우는 베스트셀러 소설 작가이며 남의 자서전을 대필하는 일도 하지만, 사실은 남들이 모르는 특별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물건과 사람을 사라지게 할 수 있는 능력이 그것인데, 책 제목 ‘딜리터’는 이런 능력을 지닌 이를 가리킨다. “제가 어릴 때부터 마이너스의 손으로 유명했어요. 뭘 만지면 전부 사라지고, 깨지고, 망가지고… 그거야말로 타고난 거죠. 모든 걸 망가뜨리는 사람.” 사라지게 하는 것까지는 몰라도 만지는 것마다 깨지고 망가지게 하는 ‘능력’에 관해서라면 이런 강치우의 말에 공감하는 이가 적지 않을 것이다. 말하자면 딜리터란 부정적 소질을 긍정적 가능성으로 바꾸는 전복적 상상력의 산물이라 하겠다. 이 소설 속 딜리팅은 물건이나 사람을 없애거나 죽이는 게 아니라, 이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 보내는 것을 뜻한다. 그러니까 사라진 물건과 사람은 일종의 평행우주라 할 다른 시공간에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것.
![소설가 김중혁.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소설가 김중혁. 박미향 기자 mh@hani.co.kr](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390/531/imgdb/original/2022/0901/20220901503793.jpg)
소설가 김중혁.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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