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본주의 변동으로 보는 한국 불평등 30년
최병천 지음 l 메디치미디어 l 2만2000원 시장의 활력과 경쟁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불평등은 필요하다는 주류의 세계관은 2008년 금융 위기를 마주하며 변화하기 시작했다. 심각한 수준에 이른 불평등은 금융 불안정성과 만성적 소비 부진을 불러와 세계 경제를 짓누르고 있다는 진단도 속속 등장했다. 국내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나타났다. 위기 이후 등장한 보수·진보 정부 모두 불평등은 해소되어야 할 무엇으로 인식하면서 강도와 방법론에 차이는 있었지만 불평등 완화 정책을 폈다. 그러하기에 진보 진영에서 머물러온 저자가 ‘좋은 불평등’이란 제목의 책을 낸 건 그 자체로 눈길을 끈다. 이 책은 최근 30년 남짓 시계 속에 불평등의 양상과 흐름, 원인 등을 조망하며 ‘진보 집단’의 인식과 그들이 내놓은 해법의 문제점을 짚는다. 저자는 불평등의 확대와 축소는 신자유주의 정책이나 재벌 정책, 비정규직 남용과 같은 국내 요인보다는 ‘중국 변수’와 같은 대외 요인이 더 큰 결정력을 갖는다고 주장한다. 중국이 세계 시장에 빠르게 편입되는 과정에서 한국 수출 대기업은 수혜를 누리고 저임금·저부가가치 업종은 쇠락하면서 불평등이 확대됐으며, 최근 5년여간의 불평등 축소의 핵심도 산업의 내재화를 내건 중국의 정책 기조 변화에서 비롯된 대중국 수출 둔화 영향이라는 것이다. 저자가 자칫 ‘숙명론’처럼 비춰지는 이런 주장을 펴는 까닭은 정확한 원인 진단이 선행되어야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정책도 가능하다는 얘기를 하기 위해서다. 일반인은 물론 경제학을 모르는 정책 입안자들을 염두에 두고 쓴 터라 단순하다고 여겨질 정도로 논지는 명료하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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