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교육부가 제작해 배포했던 ‘한 학기 한권 읽기’ 관련 동영상 콘텐츠.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김훈·은희경·김중혁 소설가 등의 명사들이 ‘한 학기 한권 읽기’ 등 교육 현장에서 독서를 강화하는 데 대한 응원의 메시지를 담았다. 유튜브 갈무리
교육 현장뿐 아니라 독서·출판계로부터도 환영받아온 현행 국어과 교육과정 내 ‘한 학기 한권 읽기’(‘한권 읽기’) 개념이 2022 개정 교육과정 시안에는 제시되어 있지 않아, 국어 교사들을 중심으로 이를 다시 포함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한권 읽기’는 문제풀이를 위한 쪽글 읽기가 아닌 책 한권을 온전히 읽고 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 국어 수업과 독서를 연계시킨 것으로, 2015 개정 교육과정에 처음 제시되어 2018년부터 교육 현장에 적용되고 있다.
최근 교육부가 의견 수렴을 위해 개설한 ‘국민참여소통채널’에 올려진 2022 개정 교육과정 시안 가운데 국어과 관련 내용을 보면, “한권의 책을 완독”, “한 학기에 적어도 한 편의 글을 농동적으로 읽는 경험” 등 현행 교육과정에서 제시하고 있는 ‘한권 읽기’와 관련된 내용은 찾아보기 어렵다. 예컨대 현행 교육과정은 초등학교 5~6학년 ‘읽기’ 영역에서 “자신의 읽기 습관을 점검하며 스스로 글을 찾아 읽는 태도를 지닌다”는 성취 기준을 제시하고, 평가방법 가운데 하나로 “한권의 책을 완독하는 습관”을 제시한다. ‘교수학습 및 평가’에서는 “한 학기에 한권, 학년 수준과 학습자 개인의 특성에 맞는 책을 긴 호흡으로 읽을 수 있도록…”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시안에서는 이처럼 ‘한권의 책을 오롯이 읽는다’는 뜻을 담은 표현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전통적인 문어 자료인 책이나 글 이외에도 학습자들이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다양한 매체 자료를 읽기의 대상으로 읽기 능력을 기르도록 지도한다” 등 ‘한권의 책’이 아닌 다양한 매체, 자료, 디지털 기반 등이 좀 더 강조되는 모양새다. 시안을 개발한 연구진 가운데 한 명은 “2015 개정 때에는 ‘한 학기 한권 읽기’라는 데 방점이 뚜렷하게 찍혔다면, 이번 개정에서는 전반적으로 미디어, 매체 역량을 좀 더 강조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6일 ‘2022 개정 교육과정 국민참여소통채널’ 누리집에서 국어과 내용에 달린 댓글들. ‘한 학기 한권 읽기’가 축소되어선 안된다는 우려들이 담겼다. 누리집 화면 갈무리
이에 ‘국민참여소통채널’에는 “‘한권 읽기’ 교육과정 축소 절대 반대한다”, “한 번 만들어진 문화의 흐름을 꺽지 말아 달라”, “‘한권 읽기’는 영상 매체에 점점 빠지는 학생들이 그나마 책을 접하고 문해력을 키울 수 있는 소중한 기회” 등 ‘한권 읽기’를 다시 반영해달라는 글들이 잇따라 달리고 있다. 교육과정으로 제시된 ‘한권 읽기’로 그나마 학생들이 온전한 독서경험을 누리며 문해력과 주체적인 사고력을 높일 기회를 누릴 수 있었는데, 이를 없애서는 안된다는 목소리다. 송승훈 의정부광동고 교사는 “‘한권 읽기’는 교사 76%로부터 지지를 받는 등 현장에서 가장 호응이 좋았던 교육 정책으로 꼽힌다. 현재 시안대로 간다면, ‘문해력이 문제’라면서 거꾸로 가는 정책이 되고 말 것”이라 비판했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는 “‘한권 읽기’는 출판계에도 좋은 영향을 끼친, 독서 관련해 가장 성공적인 정책으로 꼽히는데, 그런 정책의 성과가 형해화되어선 안된다”고 짚었다.
시안 개발에 참여한 연구진 가운데 한 명은 “현재 시안은 국민 여론을 수렴하기 위해 만든 것일 뿐, 특정한 방향이 정해지거나 확정된 것은 없다. 앞으로 관련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참여소통채널’을 통한 의견 수렴은 오는 13일까지이며, 이후 공청회 등의 절차를 거쳐 연말까지 수정안이 마련될 전망이다.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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