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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무 지음 l 천년의시작 l 1만5000원 ‘괜히’라는 부사어를 짐짓 앞세웠지만, 그는 정말 열심히 살았다. 오죽하면 “능선을 타듯 헉헉, 숨차게 살아왔다”고 썼겠는가. “이 직업 저 직업 가리지 않고 돈 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이른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극성맞게 바지런을 떨어” 댄 끝에 제 명의로 된 아파트 한 채 서울에 마련한 그의 성취감과 자부심을 누구라서 비웃을 수 있을쏘냐? “바깥에서 온갖 굴욕과 수모에 부대껴 지내다가도 퇴근하여 내 식구가 기거하고 있는 아파트를 올려다보며 ‘결국 해냈다’는 성취감에 젖어 까닭 없이 가슴 뻐근한 적도 여러 번이었다.”이재무(사진)의 새 산문집 <괜히 열심히 살았다>는 전후 베이비붐 세대의 추억의 앨범을 닮았다. 가난하지만 풍요로웠던 유년기의 삽화들, 첫사랑의 아련한 기억, 적수공권 ‘상경파’로서 서울에 자리 잡고자 분투한 날들, 문단의 일원으로 겪은 일들과 만난 사람들의 자취가 책 안에 빼곡하다. 전철역을 향해 걷던 출근길에 흘러간 유행가를 흥얼거리다가 자기도 모르게 “갑자기 울음이 터져 나왔”던 어느 날 아침의 일, 그가 “불쑥 생을 놓아 버리고 싶은 충동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을” 가까운 이들조차 모른다는 고백은 읽는 이를 덩달아 울컥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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