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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책&생각] 무엇을 할 것인가?

등록 2022-09-23 05:00수정 2022-09-28 11:14

이권우의 인문산책

브레이킹 바운더리스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담대한 과학
요한 록스트룀 외 지음, 전병옥 옮김 l 사이언스북스(2022)

만시지탄이나 이제는 기후위기를 부정하는 경향은 크게 줄어든 듯하다. 그런데 문제는 지구 차원에서 벌어지는 엄청난 일이라 한 개인이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많다는 점이다. 불안과 좌절, 그리고 무력감이 피어나는 이유다. 지금 어떤 상황인지를 설명하고, 이른바 티핑포인트는 어디인지 뚜렷하게 제시하고, 이를 넘어서지 않으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널리 알려야 한다. <브레이킹 바운더리스>는 바로 이런 시대적 요구에 걸맞은 과학계의 응답이다.

먼저 지은이는 지구 위험한계선이라는 개념을 내세웠다. 이 한계선을 넘지 않아야 비로소 “미래세대가 현세대와 동등한 행복권을 추구할 수 있는 안전지대”가 확보된다. 지구환경의 한계선은 9가지로 분류되는데 기후변화, 생물권 보전, 토지사용의 변화, 담수 사용량, 생물-지구화학적 순환, 해양 산성화, 대기 중 에어로졸 농도, 성층권의 오존층 파괴, 신물질이 그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 한계선 항목 사이에 일정한 위계구조가 있다는 점이고, 기후와 생물 다양성이 그 위계구조의 정점에 있다. 만약 두 항목의 한계선을 지키지 못한다면 지구생태계는 괴멸하고 만다. 지은이의 분석에 따르면 “기후, 생물 다양성, 토지, 영양소의 한계선은 이미 벗어났”다. 빗대어 말하자면, 인류는 “지난 2세기 동안 지구를 대상으로 젠가 놀이”를 해왔으니, 이 놀이에서 인류는 “오존층, 해양, 숲, 빙하 등의 젠가 블록들을 다 빼버려 이제 지구라는 탑은 뒤뚱거리며 무너지려 하고 있다.” 지은이는 묻는다. “이 놀이를 계속해야 할까? 아니면 어서 새로운 블록으로 보강해야 할까”라고.

지구 위험한계선을 넘지 않으려면 대대적인 시스템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 지은이는 6개 항목에 걸쳐 무엇을 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먼저 에너지 전환은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해야 한다. 식량은 지속가능한 식량 생산방법을 개발하고, 자연생태계의 감소를 0으로 만들어야 하며, 채식 위주의 식단을 짜야 한다. 불평등 문제의 해소는 “지구 위험한계선을 지키기 위한 가장 중요한 정치적·경제적 해법”이다. 평등지수가 높아질수록 연대의식이 강해지고 공통 목표에 대한 책임감도 형성되기 마련이다. 전 세계 탄소배출량의 70퍼센트는 도시에서 발생한다. 도시의 무분별한 확장을 막고 자원의 순환과 재생을 촉진하는 도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코펜하겐의 사례가 상당히 인상 깊다. 지구가 감당할 만한 최대치의 인구는 100억명 정도로 짐작된다. 공중보건, 가족계획, 여성교육에 관한 과감한 투자가 요구된다. 끝으로 친환경 녹색기술과 지구공학으로 시스템 전환을 위한 기술적 교두보를 마련해야 한다.

긴급한 상황이기는 하나 종말론적 공포에 떨 일은 아니다. 인류는 위기상황을 돌파해낸 경험이 있다. 오존층 파괴를 막아냈으며, 산성비를 통제했고, 핵전쟁의 가능성을 낮추었으며, 감염병도 잘 대처했다. 그러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2050년까지 온화하고 안정된 지구를 회복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 지구 청지기 활동을 펼쳐야 한다. 인류는 지금 “슬기로운 사람이라는 우리 종의 명칭이 적절한”지를 판명하는 역사적인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이권우/도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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