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여성의 몸, 수치심, 연대에 관하여
캐런 매싱 지음, 김인아·류한소·박민영·유청희 옮김 l 나름북스 l 1만7000원 여성 노동자의 몸은 ‘표준’ 외로 여겨진다. 책상머리 노동자의 현실도 마찬가지다. 30~40대 한국 여성의 표준 키에 가까워도, 표준화된 책상과 의자에 여성 노동자의 몸은 맞지 않는다. 근골격계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 바른 자세로 앉으라 하는데, 그 자세를 따르자면 몸 어딘가가 일그러진다. 이렇게 노동하는 공간에서 일그러진 채 일하는 다양한 몸들이 있다. <일그러진 몸>은 다양한 직종의 노동현장에서 여성 노동자의 몸에 가해지는 차별의 실태를 소상히 고발한다. 여성 노동자 건강에 대한 연구를 천착하고 있는 페미니스트 생물학자인 저자는 남성 중심의 일터에서 여성들이 더 불편한 채로 일하고, 더 많이 다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한다. 여성과 남성 사이 생물학적인 차이가 있는데도 똑같은 일이 주어졌을 때 여성 노동자의 몸에 맞지 않은 도구와 환경 탓에 건강을 잃기도 한다. 이 좌절은 남성 편향적인 작업 환경의 영향인데도, 여성 노동자는 ‘남성처럼’ 똑같이 일하지 않으면 실패로 여기는 사회 속에서 차별과 더불어 ‘수치심’과 싸워야하는 과제까지 떠안는다. 제1시민인 남성과의 차이가 곧 ‘열등함’으로 치환되는 사회의 단상이다. 저자는 연구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변화를 일궈낼 여러 방도를 모색한다. 노동환경의 개선을 위해 더 많은 지식을 축적함과 동시에 더 많은 여성 노동자가 뭉쳐 조직적으로 고용주에 맞서고, 사업장의 변화를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직장에서의 성차별주의라는 “불을 내뿜는 거대한 용”에 대응하는 방법들이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