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작가 아니 에르노가 2019년 9월20일 스페인에 있는 한 호텔 정원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2022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EPA 연합뉴스
2022년 노벨문학상은 프랑스 작가 아니 에르노(82)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한림원은 6일 “개인적인 기억의 뿌리와 소외, 집단적인 구속을 드러낸 용기와 꾸밈없는 날카로움”을 수상 이유로 들어 에르노에게 노벨문학상을 수여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에르노는 노벨문학상을 받은 17번째 여성 작가가 됐다. 역대 노벨문학상 수상자 118명 가운데 16명만이 여성이었으며, 가장 최근에는 2020년 미국 시인 루이즈 글릭이 받은 바 있다.
프랑스 현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꼽히는 에르노는 1940년 프랑스 이브토에서 태어났으며, 루앙대학교에서 문학을 공부하고 중등학교 교사 등을 지내다 1977년께부터 대학교수로 일했다. 1974년 스무살 때 불법 임신중지 수술을 받은 자신의 경험으로 시작하는 소설 <빈 옷장>으로 등단했다.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하층 노동자 출신이었던 아버지의 삶과 그와는 멀어져 부르주아 중상류층에 속하게 된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는 <남자의 자리>(1983), 그리고 어머니의 삶과 죽음을 다룬 <한 여자>(1987)는 별다른 가공이나 은유 없이 건조하게 자신이 겪은 것만을 담는 그의 독보적인 ‘자전적 글쓰기’를 확립했다는 평가를 받는 대표작들이다. 이밖에 <단순한 열정> <부끄러움> <사진의 용도> <세월> 등도 대표작들로 꼽힌다. 2011년에는 자전 소설과 미발표 일기 등을 수록한 선집 <삶을 쓰다>로, 생존 작가로는 처음으로 프랑스 유명 출판사 갈리마르의 총서에 편입되기도 했다.
2022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아니 에르노의 작품들. EPA 연합뉴스
에르노의 자전적 글쓰기는 너무도 자유롭고 적나라해 문화계 보수 인사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지만, 사회와 역사, 문학과 개인 간의 관계 등이 배어 있어 보편적 세계를 드러내는 성취를 이뤘다는 평가를 받는다. 에르노는 문학평론가 프레데리크이브 자네와 나눈 대담을 담은 책 <칼 같은 글쓰기>에서 “내가 유일하게 ‘정확하다’고 느낀 글쓰기는 표출되는 감정도, 교양 있는 독자와의 어떤 묵계도 없이 오직 거리두기를 통해 객관화하는 방식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
2022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아니 에르노 작가. 문학동네 제공
스웨덴 한림원은 에르노가 “사적인 기억의 근원과 소외, 집단적 억압을 용기와 임상적 예리함을 통해 탐구한 작가다. 그는 작품을 통해 젠더, 언어, 계급적 측면에서 첨예한 불균형으로 점철된 삶을 다각도에서 지속적으로 고찰하며, 길고도 고된 과정을 통해 작품세계를 개척해왔다”고 평가했다. 노벨문학상위원회 위원장 안데르스 올손은 “에르노의 작품은 비타협적이며, 평이한 언어로 깨끗하게 조탁됐다”고 밝혔다. 또 “에르노가 굉장한 용기와 꾸밈없는 날카로움을 가지고 당신이 누구인지 볼 수 있도록 부끄러움과 굴욕, 질투, 무력함 등을 묘사하여 계급적 경험에서 오는 고통을 드러낼 때, 그는 무언가 훌륭하고 오래 지속되는 것을 성취해냈다”고 말했다.
에르노는 수상 발표 직후 스웨덴 공영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것은 나에게 큰 영광이며 동시에 나에게 주어진 큰 책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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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nch author Annie Ernaux poses for a photo, March 17, 2019, in Paris. 2022's Nobel Prize in literature has been awarded to French author Annie Ernaux. The 82-year-old was cited for “the courage and clinical acuity with which she uncovers the roots, estrangements and collective restraints of personal memory,” the Nobel committee said. (Laurent Benhamou/SIPA via AP) FRANCE OUT; NO SALES/2022-10-06 20:55:51/ <저작권자 ⓒ 1980-2022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