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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책&생각] 전족에 대한 지금까지 생각은 틀렸다

등록 2022-10-14 05:00수정 2022-10-14 11:45

문화와 폭력
전족의 은밀한 역사
도러시 고 지음, 최수경 옮김 l 글항아리 l 3만원

신체가 변형될 정도로 여성의 발을 꽁꽁 싸매는 전통 시대 중국의 관습 ‘전족’은 여성을 억압해온 봉건 시대의 대표적인 악습으로 꼽힌다. 근대 중국에서 전족은 수치스러운 구습으로 지목되었고, 광범위하게 벌어진 반전족 운동에 이어 전족을 범죄화하는 국가권력의 금지령 등을 거치며 전족은 결국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그런데 이 같은 ‘억압-해방’의 서사는 과연 전족이 무엇인지 말하기에 충분한가?

중국의 전족 풍습으로 만들어진 신발. 게티이미지뱅크
중국의 전족 풍습으로 만들어진 신발. 게티이미지뱅크

젠더의 시각에서 중국 역사와 문화를 새롭게 바라보려 하는 역사학자 도러시 고(65)는 <전족의 은밀한 역사>에서 전족에 대한 기존의 관점이 획일적이고 불충분하다고 비판한다. 반전족 운동과 전족 금지령은 전족 여성의 신체를 “대중 앞에 드러내 웃음거리로 만들거나 혹은 검사 대상으로 삼았”고, 이는 “여성을 수동성 및 희생자다움과 더욱 연계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한마디로, 전족에 대해 근대 민족주의자들이 보여준 관점은 역사의 처음부터 끝까지 여성을 아무런 주체성도 지니지 못한 존재로만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며 1000년에 걸친 전족의 역사를 꼼꼼히 파헤친다. 전족을 둘러싼 욕망은 남성들이 자신이 소유하지 못한 외부 사물에 대한 환상을 텍스트로 담아내는 데에서 출발했다. 반면 지은이는 “여성들에게 발을 싸매는 행위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 자신과 직접 관련된 물리적 사건”이었다는 데 주목한다. 신체성과 물질성으로 구현된 여성들의 세계에도 일상생활과 노동, 패션과 사교, 더 나아가 신분 상승까지 아우르는 여성들의 욕망, 곧 ‘신데렐라의 꿈’이 꿈틀대는 세계가 있었음을 밝힌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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