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오전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이 이뤄진 뒤 놀란 우크라이나 시민들이 키이우 중심부에 있는 지하철역인 흐레시차티크역 지하로 대피했다. 부모들이 놀란 아이들을 달래고 있다. 키이우/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지난 10일 오후 인터넷에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큰 폭발이 있었다”는 속보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팀 동료인 임인택 기자가 취재 때문에 마침 키이우에 머물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즉각 메신저와 전화 등으로 연락을 시도했지만 한동안 답이 없어 더욱 혼비백산했습니다. 어째야 하나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데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연락이 닿았습니다. 방공호에 대피 중이라고요. ‘무사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고 최대한 빨리 철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출장 전 키이우 현장 상황을 여러 차례에 걸쳐 신중하게 확인한 끝에 취재가 어려울 정도로 위험하지는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외교부 역시 그런 판단 아래 예외적 여권을 내줬고요. 한동안 일상을 찾아가던 키이우에 불길한 기운이 피어오른 건 지난 8일 크림대교 폭발 때부터입니다. ‘핵 공격’ 어쩌고 하는 이야기까지 들리더니만, 결국 러시아는 이틀 만에 우크라이나 수도 한복판에 여러 발의 미사일을 쏘아대는 것으로 보복을 감행했습니다. 이 공격으로 최소 14명이 숨졌다고 합니다.
평화학 학술지 <평화들 PEACES> 창간호에 실린 대담에서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예측되었음에도 평화운동은 2003년 2월 미국의 이라크 침공 전야처럼 반전을 위해 봉기하지 않았다. 지구 시민 사회의 형성을 알린 신호였던 2003년 2월 평화운동의 국제 연대는 20여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 소멸한 것인가.” 이번 주도 마감을 위해 책을 읽으며, 책 바깥의 냉혹한 현실 앞에서 무력감을 느낍니다. 다만 “오늘날 그 어느 때보다 문학이 해결 방안이 될 수 있다”는 작가 아민 말루프의 이야기를 한줄기 위안으로 삼을 뿐입니다.
최원형 책지성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