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책&생각] 발간 80년 맞은 ‘베버리지 보고서’

등록 2022-11-25 05:00수정 2022-12-01 15:22

베버리지 보고서

요람에서 무덤까지, 현대 복지국가의 탄생

윌리엄 베버리지 지음, 김윤태 엮음, 김윤태·이혜경·장우혁 옮김 l 사회평론아카데미 l 2만원

<베버리지 보고서>는 20세기 복지국가의 출발을 알린 역사적인 문서다. 이 문서가 발간 80년을 맞아 한국어로 번역됐다. 이 보고서의 정식 이름은 ‘사회보험과 관련 서비스’인데, 보고서의 작성자인 윌리엄 헨리 베버리지(1879~1963)의 이름을 따 ‘베버리지 보고서’로 통용된다. <베버리지 보고서>는 1942년 12월1일 제2차 세계대전의 포성 속에서 탄생했으며. 전후 영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베버리지 보고서>가 제시한 보편주의 원칙, 국민 최저선, 아동수당, 사회보장, 국민보험은 오늘날 복지국가를 구현하는 데 가장 중요한 지침이 됐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모두가 돈을 내고 모두가 혜택을 본다’라는 복지국가의 구호가 이 보고서로 말미암아 등장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베버리지는 19세기 영국의 전형적인 중산계급 출신으로 변호사가 된 뒤 런던 자선단체 토인비홀에서 활동하며 빈곤 문제에 관심을 쏟았다. 당시 영국 페이비언 사회주의자로 유명했던 시드니 웹과 비어트리스 웹 부부의 소개로 윈스턴 처칠을 만나 국민보험 관련 업무를 맡아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이어 페이비언협회가 세운 런던정경대학 총장으로 18년 동안 재직하며 영국 사회의 미래에 대한 구상을 가다듬었다. 그 뒤 옥스퍼드대학교 유니버시티칼리지 학장을 지낸 베버리지는 1941년 다시 공직으로 돌아가 사회보험과 관련 서비스에 관한 부처 합동 위원회의 책임을 맡았는데, 이 시기에 작성한 문서가 <베버리지 보고서>다.

<베버리지 보고서>를 쓴 윌리엄 헨리 베버리지. 위키미디어 코먼스
<베버리지 보고서>를 쓴 윌리엄 헨리 베버리지. 위키미디어 코먼스
<베버리지 보고서>는 발간 당시 대단한 관심을 모았고 영국 국민의 88%가 이 보고서에 우호적이었다. 반대 여론은 6%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보수당을 이끌던 처칠은 이 보고서를 마뜩잖아했고, 전후 총선에서 <베버리지 보고서>를 전폭 수용한 노동당에 참패하고 말았다. 당시 이 보고서에 대한 관심은 유럽 대륙으로까지 퍼져나갔는데, 히틀러의 지하 벙커에서도 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담은 문서가 발견됐고, 대한민국 제헌헌법을 기초한 유진오의 책상에도 놓여 있었다고 한다.

한국어판 <베버리지 보고서>는 원문 300쪽 가운데 부록에 해당하는 부분과 시의성이 적은 부분을 빼고 한국사회에 유용한 내용을 선별해 번역했다. 또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 김윤태 고려대 교수, 윤흥식 인하대 교수가 쓴 세 편의 보론을 덧붙였다. 옮긴이이자 엮은이인 김윤태 교수는 “한국의 학자들과 정책 결정자, 활동가들이 이 번역본을 발판 삼아 디지털 자본주의 시대에 적합한 ‘베버리지 2.0’ 또는 한국의 현실에 적합한 ‘한국판 베버리지 보고서’를 만드는 데 노력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고명섭 선임기자 michae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나솔 23기 정숙, ‘조건만남 절도’ 의혹…제작진 사과·영상 삭제 1.

나솔 23기 정숙, ‘조건만남 절도’ 의혹…제작진 사과·영상 삭제

감탄만 나오는 1000년 단풍길…2만그루 ‘꽃단풍’ 피우는 이곳 2.

감탄만 나오는 1000년 단풍길…2만그루 ‘꽃단풍’ 피우는 이곳

[단독] “지코 추가해”…방시혁 ‘아이돌 품평 보고서’ 직접 공유 지시 3.

[단독] “지코 추가해”…방시혁 ‘아이돌 품평 보고서’ 직접 공유 지시

‘비밀의 은행나무숲’ 50년 만에 첫 일반 공개 4.

‘비밀의 은행나무숲’ 50년 만에 첫 일반 공개

전세계 출판인들 ‘이스라엘 보이콧 선언’에 한국 작가들도 동참 5.

전세계 출판인들 ‘이스라엘 보이콧 선언’에 한국 작가들도 동참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