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의 고백, 임금 노릇 제대로 하기 힘들었습니다
송재혁 지음 l 푸른역사 l 2만2000원
한반도 역사상 가장 위대한 통치자 한 명을 고르라면? 이 질문에 한국 사람 대다수는 세종을 떠올리지 않을까. 방대한 편찬사업과 집현전을 통한 인재 양성. 과학기술과 농업, 법제와 의약, 음악 등 사회 각 분야의 정비 발전. 국토 확장과 한글 창제…. 조선 4대 국왕 세종 치세를 거치며 조선은 정변의 나라에서 통치의 나라로 태어날 수 있었다.
정치학자가 쓴 세종의 전기인 이 책은 세종이 여러 업적을 쌓기까지 과정을 꼼꼼한 사료 분석을 통해 촘촘히 재현한다. 치밀하게 당시 상황을 재구성하면서 최종 정책결정권자였던 세종을 다각도로 살피려는 시각을 놓지 않는다. 화폐개혁(동전 유통)과 초기 여진 정벌 등 ‘실패한 역사’조차 담담하게 조망한다.
그렇다면 세종은 어떻게 이런 성군이 됐을까. 역시나 영웅은 타고 나면서도 길러지는 걸까. 학문을 좋아하는 어진 덕성을 가지고 있었기에 택현(擇賢·어진 이를 고르다)을 통해 두 번째 세자가 될 수 있었고, 매일 새벽 3~5시면 약식조회(상참)로 업무를 시작하는 과도한 성실함이 그를 위대한 통치자로 단련시켰다. “내가 생각해보니, 만일 한번 술을 금지한다면 곧 나부터 절제해야 할 것이다. 만일 그렇지 못하다면 이보다 더 불공평한 법은 어디에도 없다”는 솔선수범에 “백성이 싫어한다면 시행할 수 없다”는 공론 중시 태도까지 갖췄으니 시대를 앞서 산 듯도 하다.
즉위교서에서 세종이 자신의 통치철학으로 ‘시인발정’(施仁發政·어짊을 베풀어 정치하겠다)을 제시한 대목을 보노라면, 지금의 위정자들도 꼭 한번 읽어봤으면 하는 바람이 절로 생긴다.
이순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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