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방 세계의 책임 묻는 이해영
다극 체제로 이행할 세계 질서 톺아
‘러시아에 면죄부’ 비판 제기될 수도
다극 체제로 이행할 세계 질서 톺아
‘러시아에 면죄부’ 비판 제기될 수도
지난 1월28일 우크라이나 키이우 인근 부차의 한 건물 벽에 이탈리아 출신 도시 예술가 ‘티브이보이’(TVBOY)가 그리고 서명한 그래피티. 개전 뒤 러시아군이 점령했다가 철수한 부차에서는 러시아군이 민간인을 집단학살한 사실이 드러나 러시아를 향한 국제 사회의 비판 여론이 거세진 바 있다. EPA 연합뉴스
이해영 지음 l 사계절 l 1만8000원 전쟁은 1년 전에 시작되었다. 2022년 2월24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로 진격해 하루 만에 수도 키이우를 포위하면서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하 우크라이나전쟁)은 여러 차례 양상을 바꿔가며 어느덧 1년을 바라보고 있다. 전쟁의 원인과 경과, 해법을 두고 다양한 입장들이 교차하며 논쟁과 갈등도 빚어지고 있다. 국제정치경제 전공자 이해영 한신대 교수의 <우크라이나전쟁과 신세계 질서>는 그중 전쟁의 근본적인 원인을 서방 세계와 러시아 사이의 갈등에서 찾는 방향의 지정학적 분석을 대변한다. 한마디로 미국이 주도해온 ‘글로벌 단극 체제’가 러시아를 적으로 삼고 옥죈 결과 전쟁이 벌어졌다는 주장이다. 이는 러시아의 팽창주의 또는 제국주의를 주목하거나 언급하는 접근과는 대척점에 서고, 풀이와 해법을 두고서도 격렬한 논쟁을 산출한다. 이 책은 ‘내러티브 전쟁터’에 참전하고 있는 한쪽 진영의 사고 구조를 점검하기 위한 목적 아래 읽는 것이 적절하다. 지은이는 이 전쟁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자유주의 패권의 확장’을 꾀하는 ‘네오콘’이라 주장한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두 나라의 전쟁이라기보다 미국과 서방 세계가 우크라이나를 앞세워 러시아와 벌이고 있는 ‘대리전’이라는 것이다. 2000년대 본격화되어 우크라이나에까지 순번이 온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동진’은 지은이가 꼽는 전쟁의 근인(近因) 가운데 하나다. “나토의 동진 혹은 팽창이 러시아의 실존적 위협이라는 명제는 멀리는 1991년 냉전 해체 이후부터 가까이는 2014년 마이단 사태 이후까지 러시아의 외교정책은 물론 지금 벌어지고 있는 전쟁의 개전 사유(casus belli)의 요추다.” 냉전 해체 당시 미국과 서방 세계는 소련에 ‘나토는 단 1인치도 동진하지 않겠다’고 약조했으나 이는 ‘공약’이 되었고, 동유럽 국가들뿐 아니라 옛 소련 국가들까지 속속 러시아를 포괄하지 않는 유럽의 안보 시스템에 가입해온 바 있다. 그중 “내전과 영토 분할, 신냉전” 등의 위험을 안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모스크바가 수용할 수 없는” 단 하나의 예외적인 안보 리스크인 한편, 바로 그 이유로 네오콘이 주도하는 “21세기 미국 대전략의 최대 목표”에 부합한다고 지은이는 풀이한다. 유일한 패권 국가로서 단극 체제를 유지하고자 하는 미국에 가장 위험한 지정학적 시나리오는 ‘동시성’, 곧 도전해오는 중국과 러시아 두 나라와 두 개의 전선에서 동시 전쟁을 치르는 것이다. 한마디로, 네오콘이 우크라이나를 지레로 삼아 러시아를 옥죄어 이곳에서 전쟁을 ‘유인’해 그 힘을 빼고, 서쪽 아닌 동쪽으로 몰아 중국과 경쟁하게 만드는 전략을 짰다는 것이다.
사계절 제공
사계절 제공
사계절 제공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이 계속되던 지난 1월10일 우크라이나 바흐무트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대공무기를 발사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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