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애튼버러 지음, 양병찬 옮김 l 지오북 l 1만9500원 영국 비비시(BBC) 자연 다큐의 얼굴, 동물계의 덤블도어, 다큐멘터리의 마법사… 모두 데이비드 애튼버러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라도 이미 그를 알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국내 티브이(TV) 프로그램 ‘동물의 왕국’ 해설자가 바로 그였기 때문이다. 70년 경력의 다큐멘터리 거장이자 자연사학자인 그의 명성과 업적은 모두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화려하다. 대영제국 훈장과 기사 작위를 받았으며 식물과 절지동물 20여종, 영국 극지탐사선이 그의 이름을 따랐다. ‘살아 있는 전설’에게도 좌충우돌하는 젊은 날이 있었을까. <데이비드 애튼버러의 동물 탐사기>는 97살 거장의 20대 시절로 우리를 안내한다. 20대 중반 비비시 방송의 피디가 된 애튼버러는 28살 그를 현재의 위치로 인도한 운명적 프로그램 ‘동물원 탐사’(Zoo Quest)를 맡게 된다. 기획은 단순했다. 런던 동물원과 손잡고 낯선 해외 탐사지에 가서 동물을 산 채로 ‘수집’하고 영국까지 데려와 보여주는 것. 책에는 그 첫 여정들이 담겼다. 무대가 된 곳은 남아메리카 가이아나와 파라과이 그리고 인도네시아다. 지금이야 비행기로 어디든지 갈 수 있지만 때는 1950년대였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오지로 미지의 동물을 찾아 나서는 여정이 순탄할 리 없다. 익숙지 않은 해먹과 땅바닥에서 잠을 자며, 끊임없이 고장 나는 지프차와 카누를 타고 도착한 정글에서 애튼버러와 일행은 종종 허탕을 쳤다. 직접 나무에 기어올라 나무늘보를 잡았으나 영국에서는 살 수 없는 종이라 다시 놓아줘야 했고, 왕아르마딜로를 잡았다는 사람의 소문을 듣고 먼 길을 돌아 찾아갔건만 원주민이 바가지를 씌우려고 친 허풍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물론 낙담은 주된 이야기가 아니다. “광경이 너무나 인상적이고 놀라워 우리는 피로감마저 잊고 절벽의 기슭으로 달음박질쳤다.” 애튼버러가 급류와 폭포, 열대우림을 헤치고 가 마주한 ‘미스터리 동물 벽화’를 만났을 때를 묘사한 것이다. 그의 이런 긍정적 태도는 낯선 원주민 문화, 미지의 동물들을 만날 때마다 반복된다. 아르마딜로, 카피바라, 코모도왕도마뱀 등 낯선 동물들의 생태뿐 아니라 원주민의 전통 노래, 차림새까지 섬세하게 기록한 이 탐사기는 ‘동물 수집기’란 목적을 상회하고 남는다. 야생동물을 포획해 동물원에 수용한 것은 분명 현대의 시각으론 논란의 여지가 많다. 애튼버러는 이 점을 수차례 사과했다. 한편 흑백 티브이 시대에 그의 탐사가 수많은 사람에게 동물과 자연에 대한 호기심과 경탄을 일깨웠던 공 또한 결코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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