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은 어떻게 패권을 움직이고 불편한 역사를 만들었는가
제임스 포스켓 지음, 김아림 옮김 l 블랙피쉬 l 2만1000원 중세에는 동양이 과학 발전을 이끌었지만, 근대과학은 서양의 발명품이었다. 중세 ‘황금기’ 이슬람에선 대수학을 체계화하고, 중국에선 나침반과 화약을 발명했지만 모두 1천년 전 이야기다. 근대과학은 코페르니쿠스에서 시작해 갈릴레이, 뉴턴을 거쳐 19세기 찰스 다윈, 20세기 아인슈타인 등 유럽과 미국 등 서양 과학자들이 이끌어온 역사였다. 여기까지 읽는 데 대부분 사람은 별 이상한 점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과학의 반쪽사>의 저자 제임스 포스켓 영국 워릭대 교수(과학기술사)는 이런 널리 퍼진 상식에 475쪽짜리 두꺼운 반기를 든다. 오히려 근대과학은 전 세계 서로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온 산물이라는. 근대과학의 시조로 꼽히는 코페르니쿠스부터 그랬다. 그는 지구가 수세기 전부터 우주의 중심이 아닐 수도 있음을 보여온 이슬람 과학자들을 여럿 인용했고, 이들의 천문표와 수학 도구를 가져다 썼다. 그는 외롭게 과학 혁명을 주도한 천재가 아니라, 당대 이슬람과 유럽 세계의 아이디어를 결합해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낸 사람이었다. 이처럼 지은이는 지난 500년 동안 과학이 제국주의, 이념 대립 등 전 세계 문화권의 교류와 충돌을 통해 발전해온 사례들을 재조명한다. 기존 과학·역사 교과서에서 볼 수 없던 흥미로운 사례들이 가득한 이유다. 그는 전 세계 문화권이 함께 근대과학을 만들어낸 역사를 아는 것이 현재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고 강조한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 등 자국우선주의란 새 민족주의가 힘을 얻는 이 시대는, 전 세계의 과학자를 포함한 시민들이 힘을 모아 기후위기와 싸워야 하는 때이기도 하니까.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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