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읽는 두 여자가 주고받은 말들
강연실·우아영 지음 l 이음 l 1만8000원 과학의 달인 4월이면 유난히 과학책이 많이 쏟아진다. 그러나 일반 독자들에게 과학책은 여전히 딱딱하고 어렵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평행 세계의 그대에게>는 과학의 시대에 과학책을 읽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만 쉽사리 다가가지 못하는 독자가 미간을 찌푸리지 않고 읽을 수 있는 흥미진진한 과학 관련 책이다.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다고 해서 내용이 가벼운 것은 아니다. 이 책은 과학적 사실이나 정보를 다룬다기보다 이공계 성차별 의제부터 로봇이나 인공지능과 같은 새로운 기술로 나타나는 사회 현상, 또 기후변화로 얽힌 지구인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까지 과학계 안팎을 드나들며 다양한 문제를 폭넓게 다룬다. 특히 저자들이 30대 여성이면서 과학계에 종사하고 있어 이들이 과학계를 걸어오며 느낀 다양한 문제의식이 책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점이 인상적이다. 2006년도에 기계공학과에 들어간 저자 우아영씨는 공대 전체를 통틀어 여자 교수는 단 한 명이고 같은 과에서 여학생 비율이 10%밖에 안 되는 곳에서 ‘이 길을 계속 걸어도 되는가’를 스스로에게 물었다고 말한다. 그는 공대를 떠나고 3년 뒤 만난 책 <평행 우주 속의 소녀-평등한 과학을 꿈꾸다>를 읽고 1970년대에 예일대 물리학과에 진학해 좌충우돌하다 이론물리학자의 꿈을 버리고 소설가가 된 여성 아일린 폴락의 삶과 자신의 삶이 너무나 일치해 놀라웠다고 털어놓는다. 그러면서 그는 “흔히 사람들은 과학 연구가 매우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이뤄진다고 믿지만 어떤 과학을 연구할지 정하는 과정부터 지극히 사회·경제·정치적인 이유가 개입된다”며 과학계에 왜 다양성이 필요한지 설득한다. 국립중앙과학관 학예연구사이며 과학기술학 연구자인 저자 강연실씨도 과학고를 졸업하고 여대 최초의 공과 대학에 진학했다. 그는 우아영씨와 달리 여자 교수들과 대학원생 언니들을 보며 과학자로, 공학자로 사는 여성의 가능성을 의심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이 다닌 공대에 기계공학은 없었고 여성 과학기술인들이 간호학, 식품영양학, 컴퓨터공학 등 소수분야에 집중된 현실을 지적한다. 두 저자가 자신의 삶과 과학·과학책을 연결해 과학이란 주제를 “씹고 뜯고 맛보는” 여정을 함께하다 보면 어느새 과학이 내 삶과 미래, 나를 둘러싼 사회와 긴밀하게 연결돼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들이 말한 것처럼 “나의 지평을 좀 더 넓히고자” “삶의 복잡한 문제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는 안전한 장소를 찾기 위해” 과학책을 들고 싶은 마음이 든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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