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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책&생각] 산 하느님의 얼굴

등록 2023-05-12 05:00수정 2023-05-12 09:53

책거리

어린이날이었던 지난 5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어드벤처를 찾은 한 어린이가 회전목마 위에서 엄마를 향해 손뽀뽀를 날리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어린이날이었던 지난 5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어드벤처를 찾은 한 어린이가 회전목마 위에서 엄마를 향해 손뽀뽀를 날리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지난달 제주도에서는 전국의 독립출판물제작자, 소규모출판사, 독립서점(동네책방) 등이 참여하는 대규모 행사인 ‘제주북페어 2023 책운동회’라는 행사가 열렸답니다. 그런데 우려의 말도 함께 전해 듣게 되었습니다. 유명 관광지라는 특성상 제주에는 동네책방들이 많은데, 일부는 아이들의 출입을 막는 ‘노키즈 존’(No Kids Zone)을 표방하고 있답니다. 이런 ‘노키즈 존’ 책방들 가운데 몇 군데도 이번 제주북페어에 참여했다고 하고요. 올해 제주북페어의 주요 섹션은 ‘신작’과 ‘친환경’, 그리고 누구도 차별하거나 배제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배리어 프리’였다고 하는데, ‘노키즈 존’과 ‘배리어 프리’의 조합은 마치 지독한 농담처럼 느껴집니다.

배리어, 그러니까 장벽으로 ‘분리’한다는 건 그 자체로 차별과 가깝습니다. 그런 진실을 가리기 위해서 흔히 동원하는 것이 “분리하지만 차별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바로 ‘분리평등’이죠. 그러나 인종차별에 저항해온 역사가 뚜렷하게 보여주듯 분리된 것은 결코 평등할 수가 없습니다.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평등할 수 있겠습니까?

무엇보다 어떤 사람들이 분리해버리고 싶어하는 대상이 어린이라는 사실에 서글퍼집니다. 색동회 창립 100년을 맞아 소파 방정환(1899~1931)의 글들을 모은 책 <방정환의 어린이 찬미>(이다)에서, 소파는 달게 낮잠을 자는 어린이의 말간 얼굴 속에서 하느님의 얼굴을 발견합니다. “죄 많은 세상에 나서 죄를 모르고, 더러운 세상에 나서 더러움을 모르고, 부처보다 예수보다 하늘 뜻 그대로의 산 하느님이 아니고 무엇이랴!” 산 하느님의 얼굴을 보기 싫다고 하는 이 세상은 도대체 어떤 세상인 걸까요.

최원형 책지성팀장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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