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여선 지음 l 문학동네 l 1만5000원 윤석열 정부를 향해 처음으로 비판을 가하는 순문학이 아닐까 싶다. 작가의 친필 메시지(‘독자 여러분에게’)를 곱씹어본다. “각각의 계절을 나려면 각각의 힘이 필요합니다.” 작품에서 묘사된바 “한 계절이 가고” 맞닥뜨린 “참 고귀하지를 않”은 계절, 독자에게 권하는 안부이련가. 386 여성의 후일담이란 세평을 저어하지 않고 작품의 글감으로, 문학적 자세-‘아는 것을 쓴다’-로 적극 삼아온 권여선(58) 작가의 새 소설집 <각각의 계절>이다. ‘각각의 계절’은 소설집 7편 중 가장 먼저 쓰인 ‘하늘 높이 아름답게’(2018)의 마지막 구절서 땄다. 약사 출신 상류층 베르타(세례명)는 같은 성당 중장년 여신도들의 말투, 행동거지가 못마땅하다. 자신은 유산과 두 아들 덕에 여생도 넉넉하다. 지난해 봄 겪은 남편의 죽음을 통해 “제법 철이 들고 너그러워졌다고”도 생각한다. 가족여행 뒤 또 성당에서 예의 여신도들에 둘러싸여 “참 고귀하지를 않구나 이 사람들은”을 되뇌던 중, 마리아의 일흔두살 갑작스러운 부고를 전해 듣고 충격받는다. 여신도들의 공통된 추억대로 모두에게 헌신적이던 이. 다만 파독의 시절 탓인지 유일한 기쁨이라며 태극기를 팔러 다니던 마리아에게 어느 순간 자신이 드러낸 혐오 폭력은 베르타만 품은 기억.
2018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발표된 단편 7편을 엮어 일곱번 째 소설집(<각각의 계절>)을 내놓은 권여선 작가. 사진 ⓒ정멜멜, 문학동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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