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같은 맛>에서 본 한국계 미국인 작가 프래니 최의 시에 이런 문장이 있더군요. “우리 목을 흙으로 채우고, 우리가 그걸 삼키는 법을 배우면 욕심이 많다고 비난하는 이 땅.” 오드리 로드의 시는 “얼마간의 안전이라는 환상이 침묵을 가져다주리라고” 바라는 세상이 “우리 가운데 이마 중앙에 희미한 선처럼” 새긴 공포를 이야기합니다. 여성에게, 피식민자에게, 소수자에게 세상은 끊임없이 빚을 지우는 대신 침묵하라 강요합니다. 그러나 로드는 “결코 살아남을 수 없는 운명”이라면 “입을 여는 게 낫다”고 말합니다. 김혜순 시인도 “유령처럼 죽었지만 계속 나타나서 말을 하는 사람이 시인”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우리 안의 두려움은 결코 사라지지 않겠지만, 우리가 하는 말로 세상을 두렵게 할 순 있을 것입니다.
최원형 책지성팀장 circl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