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23일 오후 ‘인천공항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방안 공청회’가 열린 인천국제공항공사 서관 대강당의 출입문 옆벽에 인천공항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직접고용에 반대하는 표어를 붙여놓았다. 전국공공운수노조 제공
차별하는 구조 차별받는 감정
이주희 지음 l 글항아리 l 1만6800원
‘차별’은 이제 공기처럼 익숙하다. 그동안 학계와 시민사회, 언론은 차별을 낳는 사회 구조를 드러내고, 분석하고, 개선하려 해왔지만 변화는 더디다. 사회구성원들은 공기처럼 둘러싼 차별의 구조 속에서 체념하고, 무기력한 상태가 되고, 엉뚱한 데 분노를 터트린다.
책은 차별받는 ‘마음’과 ‘감정’에 주목해 차별을 유지하고 재생산하는 사회 구조를 다시 파헤친다. 30년간 불평등을 연구해온 사회학자인 저자는 앞서 감정의 중요성에 주목한 학자들의 시각을 빌려 한국 사회와 구성원들에게 현미경을 들이댄다.
‘감정이 자연스럽게 발현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나 타인에 의해 관리될 수 있는 것’이라는 미국의 사회학자 앨리 러셀 혹실드의 통찰은 차별의 구조 속에서 개개인이 어떠한 감정을 느끼고 행동하는지에 대한 분석틀을 제공한다. 저자가 꼽은 차별의 감정은 ‘체념’ ‘적응’ ‘혐오’다.
공고한 능력주의 앞에서 구성원들은 시험이 ‘그나마 제일 객관적 평가’라는 생각에 체념한다. 이는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차별로 인식하지 못하게 한다. 성차별같이 오래되고 굳건한 차별 앞에선 정치적 행위를 통해 바꾸기보다 적응하게 된다. 체념과 적응은 차별의 구조를 만들어낸 권력자 대신 자신보다 약자에게 분노를 투사하는 혐오로 연결될 수 있다.
책은 차별받는 감정을 통해 차별의 구조를 파헤치며, 결국 독자들과 함께 ‘다른 미래’를 꿈꿔보려 한다. “우리가 무너뜨려야 하는 것은 우리 자신이 아니라 차별하는 구조, 즉 우리가 차별받았을 때 느껴야 하는, 그래서 그 구조를 제거하는 데 필요한 용기를 얻을 수 있는, 진실한 감정을 막아서고 있는 거대하고 단단한 벽들이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