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쉬고 싶은 여자들을 위한 회복 가이드
에밀리 나고스키·어밀리아 나고스키 피터슨 지음, 박아람 옮김 l 책읽는수요일 l 1만9000원 드라마 〈며느라기〉에 이런 장면이 나온다. 친척들이 모인 명절, 5살짜리 여자 꼬마가 행주를 들고 어설프게 상을 닦는다. 이를 지켜보던 남자 어른이 “아이고, 잘하네. 시집 잘 가겠네”라고 말하며 웃는다. 다 큰 남자아이가 자신이 먹을 국을 뜨러 주방에 갈 땐 “남자가 부엌에 왜 가”라는 말이 나왔다. 남자들은 애어른 할 것 없이 쉬고 있고, 여자들은 주방에서 분주하다. 상냥, 온순, 헌신, 인내…. 여성들이 어렸을 때부터 ‘미덕’이라는 이름으로 강요받는 태도다. 사회의 요구와 압박 속에 여성은 타인을 돌보느라 정작 자신은 돌보지 못한다. 자신을 돌보는 것은 ‘이기적’인 것으로 치부된다. 강요된 이타성은 여성의 건강과 감정을 갉아먹는다. 대체로 번아웃을 노동자들의 성취감 저하로 인식하지만, 이 책은 여성이 겪는 번아웃을 ‘감정적 소진’으로 새로 규정한다. 책은 다른 자기계발서와 달리 여성 번아웃의 원인을 가부장제라고 정확히 짚는다. 가부장제가 조작한 게임판에서 ‘존재하는 인간’이 아닌 ‘베푸는 인간’으로 성장한 탓에 재가 된다는 것이다. 타인에게 모든 것을 내어주지 못했을 땐 자신을 비난한다. 과도한 돌봄으로 ‘재가 된 여성’을 구할 수 있는 무기는 연대와 돌봄이다. 책은 여성들이 ‘감정적 소진’이라는 덫에서 벗어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과학적으로 제시한다. 각 장의 끝엔 ‘마지막 잔소리’가 적혀 있다. 친구가 울면서 전화했을 때 나눌 수 있는 아이디어, 생각이 많아 잠이 오지 않을 때 떠올릴 만한 생각거리가 담겼다. 여성학자 권김현영은 이 책을 ‘페미니스트 자기계발서’라고 추천했다. 장수경 기자 flying71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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