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아이돌 방탄소년단(BTS)이 연 온라인 콘서트에 팬들이 화상으로 참여하고 있는 장면.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케이팝 아이돌 논란과 매혹의 공론장
안희제 지음 l 오월의봄 l 1만9000원 아이돌이 주도하는 케이팝은 성공한 문화산업으로 추켜세워지는 한편 성적 대상화, 열악한 노동조건, 감정 착취 등 그 ‘어두운 이면’도 지적당한다. 팬들은 ‘덕질’로 행복을 얻고자 하지만, 끊임없이 생산되는 ‘논란’은 그 가능성을 의문에 부친다. ‘최애’(가장 좋아하는 멤버)가 학교폭력이나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됐다면, 나는 그를 변호할 것인가 아니면 ‘탈덕’(덕질을 그만두는 것)하거나 ‘퇴출’을 요구할 것인가. 성상품화를 비판하는 페미니스트는 그에 기반한 산업 속에서 일하는 아이돌을 좋아해선 안 되는가. ‘인성 논란’ 등으로 비난받는 아이돌은 ‘사랑받을 자격’을 박탈당해야 하는가. 문화인류학을 공부하는 작가 안희제가 쓴 ‘망설이는 사랑’은 아이돌 산업과 그것을 중심으로 형성된 공론장을 새로운 눈으로 풀이하는 책이다. 사회학적 자원들과 아이돌 산업에 대한 기존 연구 등을 참고한 지은이는 기존의 뻔한 ‘팬덤’ 분석들과는 다른, ‘감정에 기반한 공론장’의 본질과 그 속에 붙들린 주체들의 정치적 가능성을 탐사한다. 지은이는 브뤼노 라투르의 논의를 따라 ‘돌판’(아이돌 산업 또는 팬덤 전체)을 어떤 네트워크로 파악한다. 기획사, 아티스트, 팬, 대중, 언론, 소셜미디어 플랫폼 등 다양한 행위자들은 거대한 네트워크를 형성하는데, 거기에 흐르고 있는 것은 감정이다. 사랑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아이돌 산업은 ‘집단적 도덕주의’와 ‘사랑의 자격론’을 배태하고 있다. “아이돌 아티스트라는 직업은 노래나 춤과 같은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일보다는 ‘대중의 사랑을 받는 일’로 이해되며, 따라서 아이돌 아티스트의 논란은 그가 대중 앞에 나와 사랑받을 자격, 즉 사랑의 자격론으로 이어진다.”
‘4세대’로 꼽히는 아이돌 그룹 뉴진스. 어도어 제공
뉴진스의 ‘오엠지’ 뮤직비디오는 아티스트와 팬덤 사이의 관계를 다뤄 관심을 끌었다. 뮤직비디오 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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