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재일동포 단체 ‘한통련’의 50년 조명
올해 8월 창립 50년을 맞는 한국계 재일동포 사회단체 한통련(재일한국민주통일연합)은 한국의 민주화에 큰 기여를 했지만 공안 세력이 주도한 ‘반국가단체’ 규정으로 오랫동안 차별과 박해를 받아왔다. 1976년 한통련이 박정희 퇴진과 김대중 등 정치범 석방을 요구하는 ‘100만명 서명운동’을 펴고 있는 모습. 진실의힘 제공
반국가단체 만들기에 희생된 한통련의 50년
김종철 지음 | 진실의힘 | 1만9000원 민주화는 단지 한국에 있던 사람들의 힘으로만 일궈낸 것이 아니다. 민주화운동에 앞장섰던 재외동포들이 있었고, 굴곡진 현대사의 영향으로 일본 땅에 머무르게 된 재일동포들의 헌신은 특히나 결정적이었다. 한국계 재일동포 단체 ‘재일한국민주통일연합’(한통련)이 그 중심에 있었다. 독재정권은 일본 시민사회와 연대하여 한국의 민주화운동을 국제적으로 알린 한통련을 눈엣가시로 여겼고, 틈만 나면 이들을 간첩으로 몰다가 끝내 ‘반국가단체’라는 오명까지 뒤집어씌웠다. 형식적으로라도 민주주의를 이룩했으니 한통련이 탄압받은 이야기는 ‘옛날이야기’라 여겨질지 모르지만, 한통련은 여전히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로 규정되어 있다. 간첩 조작 등 과거 공안 세력이 벌인 공작의 실체가 드러났는데도, 한통련에 씌워진 오명은 아직 그대로다. 한국 국적임에도 한통련 회원들은 한국 정부가 여권을 내주지 않아 고국을 자유롭게 오갈 수 없다. 2012년부터 재외동포 투표권이 인정됐지만, 여권이 없는 한통련 회원들은 투표도 할 수 없다. ‘야만의 시간’은 한통련을 깊이 취재해온 김종철 전 한겨레 기자가 ‘반국가단체 만들기에 희생된 한통련의 50년’(부제)을 조명한 책이다. 민단 개혁파로서 조국의 민주화와 통일에 앞장섰던 재일동포들의 헌신, 이들을 간첩과 반국가단체로 몰았던 공안 세력의 작당, 민주화 이후에도 해결되지 않은 과제 등을 입체적으로 다룬다. 1973년 8월15일 ‘한국민주회복통일촉진국민회의’(한민통) 일본본부로 시작한 한통련은 올해로 출범 50년을 맞는다. 해방 직후 재일동포 사회는 남한 지지자는 민단, 북한 지지자는 총련으로 갈렸다. 초기에 민단은 자율적·민주적으로 운영됐고 이승만 정부의 ‘기민정책’(재일동포를 방치한 정책)을 비판하는 등 본국 정부나 주일 한국공관으로부터도 독립성을 가졌으나, 4·19혁명과 5·16군사정변을 거치며 박정희 정부에 종속되는 길을 밟았다. 김재화·곽동의·배동호 등 개혁파가 반발했으나, 박정희 정부는 선거에까지 개입하며 민단을 장악했고 개혁파 인사들을 ‘북한·총련과 거래하는 불순 세력’으로 만들어 내몰았다. 개혁파는 유신 쿠데타 이후 박정희 정권에 쫓겨 망명 생활을 하던 정치인 김대중과 결합해, 1973년 한통련의 전신 한민통을 출범시키게 된다. 탄압의 빌미를 주어선 안 된다는 김대중의 주장을 받아들여, 한민통은 총련과 엄격하게 선을 긋고 통일 사업보다는 한국 민주화운동에 더 집중하는, “선민주화, 후통일” 노선을 택했다. 한민통 출범을 코앞에 두고 박정희 정권은 ‘김대중 납치 사건’을 일으켰고, 그를 구출하기 위한 한민통의 전방위적인 노력은 일본의 시민사회를 움직인 데 이어 한국 민주화운동에 대한 전세계적인 주목을 끄는 데 성공했다. 국내 반대 세력을 진압한 박정희 정권에게, 한민통이 주도한 ‘민주화운동의 국제화’는 큰 부담이었다.
1973년 8월15일 도쿄 히비야공회당에서 열린 한민통 일본본부 발기선언대회. ‘한통련 20년 운동사’. 진실의힘 제공
1976년 8월 도쿄에서 열린 ‘한국문제긴급국제회의’ 모습. ‘한통련 20년 운동사’. 진실의힘 제공
1980년 12월 김대중 당시 야당 지도자에 대한 사형 집행을 막기 위해 한민통 간부들이 일본에서 결사 단식단을 구성해 무기한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다. ‘한통련 20년 운동사’. 한겨레 자료사진
한민통(재일한국민주회복통일촉진국민회의)은 민주화가 이뤄진 뒤인 1989년 이름을 한통련(재일한국민주통일연합)으로 바꿨다. 곽동의 한통련 초대 의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한통련 20년 운동사’. 한겨레 자료사진
2021년 6월 도쿄 한국대사관 영사부에 여권 발급 신청을 마친 한통련 간부들의 모습(아래). 왼쪽부터 곽수호 고문, 손형근 의장, 양병룡 도쿄본부 대표, 김지영 재일한국민주여성회장. 진실의힘 제공
‘한통련의 완전한 명예회복과 귀국보장을 위한 대책위원회’ 발족 기자회견. 2019년 4월23일.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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