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건너 띄운 꿈, 그가 이룩한 또 하나의 예술
최열 지음 l 혜화1117 l 2만4500원 화가 이중섭은 생활고에 못 이겨 일본인 아내와 두 아들을 일본으로 떠나 보낸 뒤 그리움을 담은 숱한 편지를 바다 건너로 띄웠다. 식구들의 안부를 묻고 자신의 근황을 전하는 편지에 이중섭은 자주 그림을 곁들였다. ‘이중섭 평전’(2014)을 쓴 바 있는 미술평론가 최열은 새로 낸 책 ‘이중섭, 편지화’에서 이중섭의 편지 그림 51편을 ‘그림편지’(31편)와 ‘삽화편지’(20편)로 나누고 개별 작품에 대한 해설을 곁들였다. 첫 편지화는 식구들과 헤어진 지 1년 2개월 뒤인 1953년 9월에 쓴 편지에 ‘제주도 풍경’이라는 제목을 달아 덧붙여 보낸 것이다. 네 가족이 작은 셋방에서 함께 지냈던 서귀포 시절의 신화적 풍경을 담았다. 이어지는 편지화들에서 이중섭은 아내와 두 아이를 향한 사랑과 그리움을 애틋한 글과 그림으로 표현했다. “아빠가 오늘… 엄마, 야스나리(아들 이름 태성의 일본어 발음), 야스타카(아들 태현)가 소달구지에 타고… 아빠는 앞에서 소를 끌고… 따뜻한 남쪽나라에 함께 가는 그림을 그렸어.”(‘남쪽나라를 향하여 3’) “반드시 화공 이중섭 군은 가장 사랑하는 현처 남덕(아내 야마모토 마사코의 한국 이름) 군을 행복한 천사로 높고 아름답고 끝없이 넓게 이 세상에 도드라지게 보이겠소.”(‘당신이 사랑하는 유일한 사람’)
이중섭이 편지지 여백에 그림을 곁들인 편지화 ‘당신이 사랑하는 유일한 사람’. 2016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이중섭 탄생 100주년 기념 전시를 위해 미술관이 1억원가량에 구입했다. 혜화1117 제공
이중섭이 아들 태현에게 보낸 그림편지 ‘남쪽나라를 향하여 3’. 1950년 12월 해군 수송함 동방호를 타고 원산에서 부산으로 내려오던 피난길의 추억, 이듬해 1월 수송함을 타고 제주도에 도착해 한라산을 넘어 서귀포까지 걷고 또 걷던 피난길의 추억과 그리움을 담았다고 최열은 해석했다. 혜화1117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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