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다큐멘터리 ‘버블 패밀리’ 책으로
마민지 감독 가족의 부동산 흥망사
다큐멘터리 ‘버블 패밀리’ 책으로
마민지 감독 가족의 부동산 흥망사
2003년 10월 서울 송파구 올림픽선수촌 아파트 단지를 항공 촬영한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마민지 지음 l 클 l 1만7000원 조남주의 연작소설 ‘서영동 이야기’에는 아버지의 부동산 투기를 다큐멘터리로 만드는 영화감독 안보미의 이야기가 나온다. 제14회 EBS 국제다큐영화제에서 한국 작품으로는 최초로 대상을 수상한 ‘버블 패밀리’(2017)의 마민지 감독은 소설 속 안보미를 떠오르게 한다. 부모의 부동산 흥망사를 다룬 이 다큐 영화가 ‘나의 이상하고 평범한 부동산 가족’이라는 책으로 재탄생했다. 책은 지은이가 초등학교 5학년이던 2000년, 전세로 거주하던 서울 송파구 오륜동 올림픽아파트(34평)에 요금 체납으로 전기가 끊기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에 앞서 같은 아파트 단지의 46평형 자가에 살며 “중산층이 아니라 상류층에 가까”운 정체성을 지니고 있던 가족은 전세 아파트에서도 밀려나 결국 12평짜리 상가주택으로 옮겨 가기에 이른다. “중산층이었던 우리 가족은 왜 하루아침에 추락한 걸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 책을 이룬다. 결혼 뒤 울산의 한 대기업에서 기술직 노동자로 일하던 아버지는 1978년 회사를 그만두고 상경해 ‘집장사’에 뛰어든다. 토지구획정리사업 대상이 된 일대의 필지를 사서 단독주택이나 다세대주택을 지어 파는 일이었다. 빈 땅은 널려 있고 일자리를 찾는 이들이 끊임없이 서울로 몰려들었기 때문에 “집을 지으면 짓는 대로 팔렸다.” 각종 규제 완화와 융자 혜택, 표준주택설계도 등이 집장사들을 도왔다. 전두환 정권의 ‘주택 500만 호 건설’ 캐치프레이즈가 뒤를 받쳐 주었다. 1억을 들여 몇 달 만에 집을 한 채 지으면 적어도 2억의 수입이 보장됐다. 뻥튀기 되어 돌아오는 돈을 주체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승승장구하던 아버지의 사업이 망한 것 역시 부동산 때문이었다. 아버지는 1995년 종로구 부암동에 600평 규모의 땅을 구입해 고급 빌라단지를 짓는 사업을 추진했다. 토지매매가 24억의 절반인 12억은 대출로 메꿨다. 그러나 일부 주민들이 재건축에 반대하며 버텼고, 시청과 구청에서는 땅의 경사도를 이유로 건축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는 사이에 아이엠에프 구제금융 사태가 터지면서 금리가 폭증했다. 1994년에 들어갔던 46평 아파트를 헐값에 팔고, 아버지는 손해를 만회하고자 마지막으로 주식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그마저도 쫄딱 망하고 말았다. 지은이가 부모의 부동산 흥망사를 본격 취재하게 된 데에는 대학 재학 시절의 구술생애사 인터뷰 과제가 계기가 되었다. 부모의 젊은 시절 이야기에서부터 집장사 시절, 세기말에 폭삭 망하게 된 이야기까지를 카메라에 담은 그는 “두 사람이 살아온 삶의 풍파는 한국 사회의 부동산 개발사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그 이면에는 사람들의 투기를 부추기고 책임지지 않는 한국 사회가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늦둥이이자 무남독녀로 태어난 지은이가 1990년 서울 송파구 올림픽선수촌아파트 상가 광장에서 유모차를 타고 있는 모습을 어머니가 촬영했다. 마민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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