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 인식을 가로막는 직관의 한계에 대하여
앤드루 슈툴먼 지음, 김선애·이상아 옮김 l 바다출판사 l 1만8000원 학령기 이전의 많은 아이들에게 살아 있다는 것은 스스로 움직인다는 말과 동의어로 인식된다. 그래서 새, 포유류, 어류는 살아 있다고 생각하지만 꽃, 버섯, 나무는 살아 있지 않다고 말한다. 큰 나무 조각과 작은 쇠공을 물에 던지면 큰 쪽이 가라앉고 작은 것이 물에 뜬다고 답한다. 어른들조차 탁자에서 굴러 떨어진 구슬이 포물선 모양을 그리지 않고 수직으로 떨어진다고 믿는다. 이 모든 오해는 직관 때문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옥시덴털 칼리지의 심리학 교수 앤드루 슈툴먼이 쓴 이 책은 과학적 이해를 가로막는 직관의 폐해를 들춰내고 과학적 사실에 관한 기본 개념 교육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특히 ‘직관 이론’의 상당수가 영유아기 때 갖추어지기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지은이는 물리(물질, 에너지, 중력, 운동, 우주, 지구)와 생물(생명, 성장, 유전, 질병, 적응, 계통) 두 분야로 나누어 우리를 현혹하는 직관 이론의 사례를 들고 그 개선책을 모색한다. 가령 인간과 원숭이가 공통의 조상으로부터 갈라져 나왔다는 설명을 두고 많은 이들이 ‘그럼 우리 조상이 원숭이란 말이냐?’며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진화와 종의 분화에 관한 이런 몰이해는 적지 않은 사람들을 진화론보다는 창조론에 끌리게 한다. 기후 위기를 온도 상승과 동일시한 나머지, 같은 설문에 대해서도 추운 날보다는 더운 날의 응답자들이 지구 온난화를 더 확신한다는 결과도 있었다. 지은이는 저온살균 처리되지 않은 생우유를 고집하는 사람들, 홍역 예방접종을 회피하는 사람들의 사례를 들며 무지와 다름없는 직관이 지닌 위험성을 고발한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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