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이로운 한 그루, 참나무를 정원에 심으면 일어나는 일
더글라스 탈라미 지음, 김숲 옮김 l 가지 l 2만5000원 참나무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대표 수종이다. 복잡하게 뻗은 구조로 흙을 붙들어 맨 뿌리 부위는 미생물과 균류의 보금자리다. 도토리 열매는 수많은 곤충과 새, 작은 초식동물, 상위 포식동물까지 먹이사슬로 이어지는 뭇 생명의 근원 식량이다. 분해 속도가 느린 낙엽은 토양과 미생물, 땅속 곤충들의 안락한 서식처로 맞춤하다. 목재는 밀도가 높아 건축자재와 땔감으로도 쓰임새가 훌륭하다. 생태계를 든든하게 떠받치는 그 구실이 없으면 생태계 전체가 무너지는 ‘쐐기돌 식물’ 중에서도 참나무는 으뜸이다. 미국 곤충학자이자 야생동물 생태학자가 참나무의 특별함을 재발견하고 놀라운 “생태계 서비스” 능력에 매혹됐다. 산책길에 주운 갈참나무 도토리 몇 개를 집에 가져와 심은 게 계기였다. 18년 뒤에는 키 14m, 몸통 둘레 1.2m의 우람한 나무로 자랐다. 지은이는 ‘경이로운 한 그루, 참나무를 정원에 심으면 일어나는 일’(책의 부제)을 꼼꼼히 관찰하고, 그 생태적 시간에 담긴 “작고도 무한한 우주 속으로” 독자를 안내한다. 어느 해 10월부터 이듬해 9월까지 한 해의 생태 주기를 월별로 기록했다. 곤충의 75%는 단 몇 가지 식물만 먹는데, 지은이 거주 지역의 참나무가 끌어들이는 나방·나비류만 511종으로 다른 수종을 압도했다. 6천만 년 전 지구에 처음 등장해 평균 900년을 사는 긴 수명이 주변 생물과의 공진화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큰 몫을 한다. 파랑어치, 도토리밤바구미, 호리병벌, 긴꼬리 귀뚜라미, 황금솔새 등 책에 언급된 동·식물 목록만 거의 300개다. 나무와 열매, 애벌레들을 가까이서 본 컬러 사진들도 흥미롭다. 조일준 선임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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