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젠 들라크루아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프랑스대혁명은 근대 자유주의 이념을 탄생시켰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당신의 기본 권리를 짚어주는 서른 번의 인권 교양 수업
박민경 지음 l 그래도봄 l 1만9800원 이탈리아 화가 피에트로 롱기(1702~1785)의 그림 ‘실신’은 카드를 즐기다가 실신한 젊은 여성의 모습을 담았다. 풀어 헤쳐진 드레스 안으로는 단단히 조인 코르셋이 보인다. 잘록한 허리를 위해 입는 이 보정 속옷이 주인공을 쓰러뜨린 것이다. 이렇듯 목숨을 걸고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습속은 상대적 약자인 여성에게 가해지는 사회의 폭력이며 그것은 오늘날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일하는 박민경의 책 ‘사람이 사는 미술관’은 미술 작품을 매개로 삼아 인권의 주요 주제들을 알려준다. 여성, 노동, 차별과 혐오, 국가, 존엄으로 크게 부를 나누었고 그 안에서 아동, 장애인, 난민, 인종, 집단 학살, 체벌, 기후위기, 전쟁과 평화, 수감자, 노인 등의 주제를 아울러 다룬다. 프랑스혁명을 소재로 삼은 그림으로는 외젠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이 유명한데, 지은이는 오노레 도미에가 같은 주제로 그린 ‘봉기’를 이 작품과 비교한다. 둘 다 혁명에 참여한 여성을 내세웠지만, 들라크루아 그림의 여성이 신화 속 인물처럼 “너무 아름답고 상징적으로 표현”된 것에 비해, “때 묻은 옷과 머릿수건, 지쳐 있는 초췌한 얼굴”을 담은 도미에의 그림이 한결 사실적이어서 마음을 울린다. 지은이는 돌 깨는 고된 노동을 하다 숨진 이를 그린 ‘돌 깨는 사람’(헨리 월리스)에서 구의역 노동자 김군과 태안화력발전소의 김용균을 떠올리고, ‘추한 공작 부인’(퀸텐 매시스)에서 노년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읽는다. 미술 작품에 얽힌 인권 주제와 개념을 설명하고 연관된 사건들을 소개함으로써 입체적인 독서가 되도록 했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