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트로스펙티브
톰 숀 지음, 김경진 옮김 l 그책 l 4만8000원 “사실 제가 어렸을 때는 다른 여행을 하려고 했습니다. 종교적인 여행이었죠. 성직자가 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곧 진정한 소명은 영화라는 걸 깨달았어요. 저는 영화가 신앙을 대체할 수 있는 건 아닐지라도 거기엔 영성이 담겨 있다고 생각해요.” 1970년대 초반 영화계에 등장해 50여년간 거대한 발자취를 남긴 마틴 스코세이지의 회고집이 나왔다. 그는 폭력과 비정함 가운데 숨김없이 드러나는 인간의 본성을 탐구한 작품들로 미국 영화사에 몇 안 되는 작가주의 감독으로 추앙받는다. 할리우드의 문법을 거부하며 미국 영화 산업의 경계에 머문 스코세이지는 벼랑 끝에 놓인 인물의 죄의식(‘택시 드라이버’)을 그려내고, 폭력과 자기 파멸의 관계(‘분노의 주먹’)를 성찰하며, 뉴욕이라는 도시로 상징되는 미국의 정체성을 복원(‘갱스 오브 뉴욕’)하는 작품 세계를 이어왔다. 혼돈의 도시 뉴욕에서 이탈리아 이민자로 태어난 그의 성장기와, 어떤 스토리를 어떤 장르에 녹이더라도 끝내 포기하지 않은 사실주의의 집착이 그 원동력이었다. 책은 그의 장편 25개 작품에 대한 소개와 분석, 모티브와 감독 자신의 평가 등을 담고 있다. 270여장에 이르는 스틸컷을 통해 그의 여정을 함께하는 듯한 현장감을 준다. 2020년 ‘기생충’으로 아카데미를 휩쓴 봉준호 감독은 감독상을 두고 경합했던 스코세이지에게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이라는 말씀을 새겨왔다”는 헌사를 바친 바 있다. 스코세이지 감독이 수상자에 박수를 보내자, 관객들은 기립 박수로 두 거장에게 찬사를 보냈다. 그날 돌비극장의 공기 속에 동참하는 듯한 기분을 잠시나마 느껴보자.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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