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시게 불완전한
극복과 치유 너머의 장애 정치
일라이 클레어 지음, 하은빈 옮김 l 동아시아 l 1만8000원
‘완전’ ‘무결’이라는 수식어는 이른바 ‘정상성’과 어울린다. 사회는 불완전함과 완전함 간의 격차를 줄이고, 결함을 제거할 것을 요구한다. 특히 소수자의 소수성을 ‘결함’으로 인식하는 사회에서 이런 요구는 소수자에게 더 가혹하다.
책의 저자 클레어의 정체성은 대체로 소수자다. 그는 백인, 선천적 뇌성마비 장애인, 트랜스젠더다. ‘백인’ ‘비장애인’ ‘시스젠더’(지정성별과 성 정체성이 일치하는 이) ‘부유층’을 자연스럽고 정상적인 것의 기준으로 삼고, 그 외 범주에 속하는 몸과 마음은 ‘결함’과 ‘문제’로 규정하는 사회에서, 클레어는 장애를 ‘극복’하고 성 정체성을 ‘교정’하기를 강요받았다. 저자는 이를 ‘치유’라는 이름의 ‘폭력’이라고 말한다.
클레어가 말하는 ‘치유 이데올로기’는 거창하지 않다. 피부 미백 크림은 어두운 피부가 매력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인종차별적인 메시지를 강화한다. 태아의 장애 유무에 따라 임신 중지를 선택하는 것은 장애를 ‘비정상’적인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회에서 나오는 현상이다. 네모 반듯한 밭에서 하나의 작물만을 재배하는 ‘단일 재배 농법’은 선주민을 몰아내고, 동물을 학살한 뒤 나온 결과물이다. 저자는 ‘치유 이데올로기’가 강한 사회는 다양성을 없애고, 특정 생명을 다른 생명보다 우선시한다고 지적한다.
책을 읽다 보면, 내 안의 ‘정상성’에 대한 욕망을 발견하고 뜨끔해진다. 그리고 그의 한마디에서 시간을 멈춘다. “나는 태어날 때부터 손상된 나의 뇌세포를 치료할 수 있다고 해도 마다할 것이다 (…) 장애가 없다면 우리는 대체 누구란 말인가?” 그렇다, 부서지고 휘어진 몸과 마음이 대체 뭐가 문제란 말인가.
장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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