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상 지음 l 역사비평사 l 1만9800원 수질이 좋지 않은 유럽은 위스키·맥주·코냑 등 술이 일찍 발달했다. 그러나 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건강한 몸으로 하루 12시간 이상씩 일을 해야 하는 노동자들은 술에 의지할 수 없었다. 산업재해로부터 안전하게 자신의 삶을 지켜야 하는 노동자도, 생산성을 끌어올려야 하는 자본가에게도 술을 대체할 음료가 필요했다. 커피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퍼진 배경에는 역사적 맥락이 있다. 주류가 아닌 비주류의 역사도 애정 있게 바라보는 역사학의 발전 속에서, 커피 역시 세계사의 주인공이 되기 충분했다. 커피를 마시는 인구가 늘어나자 커피산업에 의존하는 라틴아메리카 지역에서 벌어지는 노동 착취, 산림 파괴와 수질오염 문제도 함께 기록될 수 있었다. 프랑스의 초현실주의 시인 랭보가 에티오피아 동쪽 지역에서 생산되는 하라 커피를 수출한 과거도, ‘라바짜’, ‘스타벅스’ 등 유명 커피전문점의 출발도, 현재 즐기는 커피 문화의 기원을 떠올리게 한다. 커피와 인류의 깊고 오랜 세계사를 종횡무진해본다. 교육학 교수이던 저자는 8년 전 우연히 바리스타 자격증 시험 준비를 한 뒤 자연스레 커피 인문학자·작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 이 책의 장점은 커피와 관련한 많은 정보와 역사적 사실을 기록하고 있는 점이다. 커피 인문학 칼럼니스트로서의 길을 걷고 있는 저자는 “커피 공부를 하다보니 가짜뉴스가 많은 것도 발견했지만, (독자들이) 커피 이야기에 묻어 있는 역사의 향기를 맛보고 역사를 통해 커피를 더욱 잘 이해하길 바란다”고 말한다. 카페나 집에서 커피 한잔을 마시면서 커피의 모든 것을 떠올리기란 쉽지 않지만 이 책과 함께라면 가능하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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