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항쟁에서 촛불집회까지, 파리코뮌에서 68혁명까지
송찬섭 외 지음 l 서해문집 2만4000원 시위는 비상한 방식으로 집단적 의사를 표출하는 행동이다. 기존 시스템이 제구실을 하지 못해 언로가 막히고 불의가 창궐할 때, 시위는 막힌 언로를 뚫고 불의를 물리치는 방편이 된다. 시위에 나설 일이 날로 늘어가는 이즈음, 지난 시위들에서 가르침을 얻어보면 어떨까. ‘저항의 축제 해방의 불꽃, 시위’는 나라 안팎의 주요 시위들을, 특히 ‘시위 문화’에 초점을 맞춰 돌아본 책이다. 시위는 근대적 정치의식의 성립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근대의 전야라 할 1862년 삼남 70여 개 고을에서 일어난 농민항쟁은 전근대 시기에 이미 시위 문화의 큰 틀이 만들어졌음을 보여준다. 환정문란과 수령 및 아전의 탐학에 반발해 일어난 농민항쟁의 자료로는 특히 진주 지역의 양상이 자세하다. 통문을 이용한 인원 동원과 행진, 목봉과 낫 등의 원초적 무장, 깃발과 노래, 파괴와 응징 등은 근대 이후 시위들의 주요 면모를 두루 담고 있다. 동학농민전쟁 때에는 특히 깃발이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 이는 마을마다 존재했던 농기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농민군이 있는 곳은 어디이든 깃발이 있었을 정도”로, ‘보국안민창의’나 ‘인’ ‘의’ 같은 글자가 쓰이기도 했지만 글자가 없는 흰 깃발이 수적으로는 가장 많았다. 박정희 시절 대학생들은 가상 재판과 장례식, 초혼 굿 같은 문화적 우회로로 정치적 의사를 표현했다. 스페인내전 때 공화 진영은 선전 포스터를 적극 활용해 효과적인 여론전을 펼쳤다. 유럽과 미국의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펼쳐진 68혁명은 일상과 문화와 정치를 한 줄로 꿴 ‘문화혁명’이자 “축제와 함께하는 삶과 정치의 전복과 재구성이었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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