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출신 과학자 노이만 평전
수학, 경제학, 컴퓨터공학, 생물학
다양한 분야 넘나들며 천재성 발휘
수학, 경제학, 컴퓨터공학, 생물학
다양한 분야 넘나들며 천재성 발휘
헝가리 출신 과학자 존 폰 노이만. 폴란드 출신 수학자로 그의 가까운 친구였던 스타니스와프 울람이 미국 철학회에 기고한 논문에 실린 사진이다. 웅진지식하우스 제공
20세기 가장 혁명적인 인간, 그리고 그가 만든 21세기
아난요 바타차리야 지음, 박병철 옮김 l 웅진지식하우스 l 2만9000원 이런 사람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여섯 살에 여덟 자리 숫자(1000만 단위)의 곱셈을 능숙하게 해냈으며, 10대 때부터 수학의 여러 난제를 해결했고, 양자역학에서 중요한 정리를 발견했다. 2차대전 당시 미국의 핵무기 개발 계획인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전쟁이 끝난 뒤에는 수소폭탄 개발에도 적극 관여했다. 미군 탄도학연구소 소속으로 포탄의 운동 방정식을 푸는 과정에서 컴퓨터의 탄생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그런가 하면 게임이론을 개발하고 수리경제학의 시대를 열었으며, 냉전 시대에 핵 선제공격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방법론을 제공했다. 스스로 생각하고 자신을 복제하는 기계를 설계했으며, 기계가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시점을 가리키는 ‘특이점’이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기계와 인간 두뇌의 연관성을 탐구해 컴퓨터과학과 신경과학이라는 두 분야를 통합시켰고 인공생명 연구의 토대를 닦았다. 한 사람이 해낸 일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이런 모든 업적을 이룬 이는 헝가리 출신 과학자 존 폰 노이만(1903~1957)이다. 영국의 과학 저널리스트 아난요 바타차리야가 그의 생애와 업적을 담은 평전 제목을 ‘미래에서 온 남자’(The Man from the Future)로 삼은 것은 꽤 적절해 보인다. 주인공의 이름 노이만은 독일어로 ‘새로운 인간’을 뜻하거니와, 노이만은 20세기를 살았지만 21세기를 예비하고 설계한 선구자였으니 말이다.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가 추천사에서 그를 가리켜 “21세기 현대 문명을 만들어내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 딱 한 명”으로 꼽은 것이 과장은 아니라 하겠다. 책은 노이만의 길지 않은 생애를 좇으며 그가 남긴 다방면의 흔적을 더듬는데, 그 과정에서 20세기 초중반의 숱한 과학자들과 공학자들이 등장하고 과학의 중요한 발견과 발전 과정이 아울러 서술된다. 에르고딕 정리, 대수이론, 양자역학, 몬테카를로 수치해석 방법 같은 수학 및 과학 이론들은 사전 지식이 없는 독자에게는 까다로울 수도 있지만, 세세한 이론적 이해가 없더라도 학자들의 모색과 분투 그리고 성취의 이야기는 충분히 생생하고 흥미진진하게 다가온다. 노이만은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유대인 사업가 집안 장남으로 태어났다. 부모는 세 아들을 학교에 보내는 대신 가정교사를 고용해 집에서 교과과정과 외국어를 가르쳤다. 어린 노이만은 프랑스어와 이탈리아어, 영어를 서로 다른 가정교사에게서 배웠고 고대 그리스어와 라틴어까지 공부했다. 법률가에서 투자자로 변신한 아버지는 어느 부동산 재벌로부터 도서관을 통째로 사들였고, 아파트에는 바닥에서 천장까지 책으로 빼곡하게 차 있었다. 노이만은 나중에 들어간 김나지움(고등학교)을 졸업한 뒤 베를린대학과 스위스연방공과대학에서 화학을 공부하는 동시에 부다페스트대학에서 수학과 박사과정을 밟았다. 열아홉 살 나이에 쓴 박사학위 논문은 집합론의 기초를 견고하게 다졌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원소가 아닌 집합’이라는 러셀의 골치 아픈 역설을 보기 좋게 해결했다. 학위를 받은 뒤에는 괴팅겐대학에서 공부하면서 하이젠베르크의 행렬역학과 슈뢰딩거의 파동역학을 둘러싼 물리학계 최대의 난제를 해결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뼈암으로 투병 중이던 말년의 노이만(오른쪽)은 휠체어에 탄 채 백악관을 방문해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수여하는 ‘자유의 메달’을 받았다. 웅진지식하우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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